토리노·밀라노 폭력·과격시위 양상…화염병에 최루탄도 등장
일부 상점 약탈당하기도…당국, 상황 예의주시하며 수습책 모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고강도 제한 조처에 항의하는 과격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간 통행금지, 식당·주점 영업시간 단축 등 당국의 제한 조처에 반대하는 시위가 26일 밤(현지시간) 수도 로마와 밀라노, 토리노, 나폴리, 카타니아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특히 토리노와 밀라노 등 주요 대도시에서는 폭력·과격 시위 양상을 띠며 시가지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 폭죽 등을 던지며 위협했고,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으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10여명의 경찰관이 부상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밀라노에서는 시위 현장을 촬영하던 기자가 머리에 돌을 맞아 다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시위가 진행된 토리노의 경우 이집트 국적 이주민 2명이 구찌 매장 유리창을 깨고 침입한 뒤 물품을 약탈하다 붙잡히는 등 '무법천지'를 방불케했다.
현지 경찰은 토리노와 밀라노에서만 불법 폭력 시위 혐의로 30여 명을 체포해 연행했다. 시위대 중에는 소요 사태를 조장할 의도를 가진 극우단체 소속 회원들도 일부 섞여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키아라 아펜디노 토리노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항의가 아닌, 파괴하기 위해 조직된 시위"라고 규정하며 폭력 행위 주동자들을 강하게 규탄했다.
나머지 중소도시 지역에서는 정부의 제한 조처로 직격탄을 맞은 택시 기사와 식당·주점 업주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평화로운 집회·시위가 진행됐다.
'자유'를 달라는 외침 속에 일부는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굶어 죽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라 레푸블리카는 전했다.
나폴리 시위 장소에서는 목을 맨 웨이터 형상을 한 마네킹과 관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23일 밤부터 주요 도시에서 연일 지속하는 항의 시위가 자칫 전국적인 소요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국은 평화로운 항의의 표현은 보장하되 불법 폭력 시위는 엄단한다는 원칙 아래 수습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에 빠진 국민의 반정부 정서에 기대는 일부 정치인들을 겨냥해 "지지율 몇 %를 더 얻고자 사회적 불안을 부채질하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6일부터 음식점·주점의 영업시간을 저녁 6시까지로 제한하고 영화관·헬스클럽·극장 등을 폐쇄하는 '준봉쇄' 수준의 고강도 제한 조처가 시행됐다.
이와 별도로 라치오·롬바르디아·캄파니아·피에몬테·시칠리아 등 일부 주에선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졌다. 해당 지역에 속한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등 주요 도시도 야간 통금 대상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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