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미중갈등·코로나 등 경영 악재 많아
4050 총수들, 유연한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한국 기업인의 상징적 인물로 꼽히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재계는 총수 사법 리스크와 미·중 무역 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경영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악재'가 쌓이며 어두운 분위기다.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최근 정의선(50) 현대차그룹 회장 취임으로 대표되는 '재계 세대교체' 이후 주요 그룹에 포진된 40·50대 '젊은 총수'들의 역할과 향후 행보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명실상부 삼성그룹 일인자가 된 이재용 부회장은 점차 존재감을 키우며 경영에 매진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내며 선방했지만, 이 부회장 앞에서는 여러 난관이 산적해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2016년 말부터 수년째 수사·재판을 받아온 이 부회장에게 '사법 리스크'는 여러 불안정 요소 중 대표 격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이 사건으로 삼성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다시 서울고법이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까지 시작돼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더 커진 모양새다. 당분간 법정 출두가 불가피하고, 재판 결과에 따라 삼성의 신인도 하락과 경영 차질을 각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 외에도 효성그룹 조현준(52)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1조 원대 규모의 이혼소송을 벌이고 있다.
기업활동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재계 총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2년째 이어지는 미중 무역 분쟁의 핵심이 반도체, 휴대폰 등 IT분야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양국의 첨예한 무역분쟁 영향권에 놓여 있고, 올해 초부터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공장이 폐쇄되고 판로가 막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을 골자로 한 노동조합법 개정이 경영활동에 큰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악재' 속에서도 최근 경영 일선에 등장한 40·50대 '젊은 총수'에게 거는 기대감도 크다.
이달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4대 그룹에는 더 젊은 피가 흐르게 됐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1968년생,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970년생, SK그룹 최태원 회장 1960년생, LG그룹 구광모 회장 1978년생 등이다.
이들은 선대 경영인들의 경영 노하우를 지근거리에서 배우면서도,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며 기존 세대보다 유연한 모습으로 위기에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세대교체로 총수에 올랐다는 접점을 가진 이들은 종종 만나 재계 현안을 논의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삼성과 SK, LG의 배터리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차세대 사업 협력을 논의하는 신풍경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5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은 이전 세대와 달라진 '젊은 총수'의 새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에 대해 이 부회장은 "이제 더는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폐기를 선언했고,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서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미중 무역 갈등' 등 새로운 경영 위험 속에서 40·50대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파격적인 혁신 경영과 전략적 협력에 힘써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2·3세대 경영인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가능한 1등 기업을 만들기 위해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등 유연한 경영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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