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곳 피해본지 넉달여만…전날 경찰 총격에 흑인 사망사건 계기
(필라델피아=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 총격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소요 사태가 벌어져 한인 상점들이 또다시 큰 피해를 봤다.
2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인회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웨스트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시 곳곳의 한인 소유 상가 10곳이 약탈과 기물 파손 등의 피해를 보고한 것으로 집계됐다.
샤론 황 필라델피아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인 가게 10군데가 또 당했다. 이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아침부터 관공서에 신고하고 순찰차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한인회 차원에서 조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인 소유 피해 점포들은 대부분 뷰티서플라이(미용용품) 업체들이고, 약국 1곳도 공격을 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약탈, 강도 피해를 본 점포는 금전적 손실이 막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회장은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보통 뷰티서플라이 가게 한 곳의 재고 물량이 몇십만 달러에 이른다"며 "이게 우리 말로는 미용용품이지만 현지 여성들에게는 결코 싸지 않은 생필품이어서 쉽게 타깃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피해가 심한 곳은 집 한 채에 해당하는 재산을 잃은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웨스트 필라델피아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있던 흑인 남성 월터 월리스(27)가 경찰관 2명과 대치하던 중 경찰관들이 쏜 총탄 여러 발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단이었다.
행인들이 촬영한 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으로 번지면서 곧바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비교적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시작된 시위는 밤이 되면서 폭력 사태로 변질됐고, 일부 시위대는 상점가에 난입해 강도 행각을 벌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전날 밤 소요 사태로 모두 9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중 76명이 강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의 후폭풍으로 필라델피아 한인 상점 75곳이 약탈, 파손을 당한 지 4개월여 만에 다시 벌어진 것이다.
웨스트 필라델피아의 한 뷰티 서플라이 점포 관계자는 이날 현장을 찾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한 달 넘게 걸려서 복구한 다음에 가게를 다시 열었는데 또 당한 것"이라면서 "여기는 유리창만 깨졌는데 다른 한인 가게들은 약탈을 당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폭력 시위대의 공격을 당한 이 상점에서는 가게 전면에 합판으로 가림막을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었고, 바닥에는 여전히 깨진 유리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사건 이후 무장 경비원들을 계속 고용하는 중"이라면서 "소상공인들에게 화풀이하는 게 무슨 시위냐"라며 한숨을 쉬었다.
황 회장도 "똑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져 어처구니가 없다"며 "6월에 당한 이후 연락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당국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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