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앞 미얀마 총선…"공정·투명성 훼손" 비판 잇따라

입력 2020-10-28 11:41   수정 2020-10-28 11:55

열흘 앞 미얀마 총선…"공정·투명성 훼손" 비판 잇따라
반군지역 총선 취소·로힝야족 배제·언론통제 논란…"군부 행동 그대로 따라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내달 8일 열리는 미얀마 총선이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 총선 당시 아웅산 수치 현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 50년이 넘는 군부독재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전 세계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이번 총선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민주화 운동과 인권의 아이콘(상징)으로 통하던 수치 고문이 실권자로 사실상 국정을 운영하는 가운데서도 총선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단체나 해외 언론이 가장 많은 지적하는 부분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연방선관위는 최근 라카인주 17개 지역 중 13개 지역에서 총선 투표를 전면 또는 부분 취소하기로 했다.
정부군과 소수민족의 독립을 요구하는 반군 간의 충돌이 잦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라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그러나 취소 결정이 나지 않은 곳은 집권 NLD가 우세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아라칸주에서 NLD 쪽으로 선거판을 기울이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라카인주를 기반으로 2015년 총선 때 18석을 얻었던 야당인 아라칸국민당(ANP) 등 야권은 올해 총선의 공정성 훼손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반발했다.
시민권을 받지 못한 소수 이슬람 로힝야족의 선거 참여는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로힝야족 출신 후보 중 다수는 선관위에 의해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조사단원인 토머스 앤드루스는 "소수민족이나 종교를 이유로 선거에서 배제하면 그 선거는 국민의 뜻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이나 선거 감시 기구를 통한 감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미얀마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해 여러 곳에 자택 격리 명령을 내리면서 언론을 예외가 적용되는 필수 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자들의 현장 취재가 불가능하게 되면서 정부에 우호적인 두 곳의 국영 신문사만 빼고 다른 신문사들은 신문을 발행하지 못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브래드 애덤스 아시아 담당은 "수 십 년간 군부의 압제를 경험한 NLD 정부는 언론 자유가 없는 선거는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한때 미얀마 내 최대 선거 감시단체인 PACE에 대해 외국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이유로 활동을 막았다가 뒤늦게 물러섰지만, 선거 과정이 제대로 감시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짜 뉴스'를 퍼트린다는 이유로 수 백개 웹사이트 접속을 막은 조치나, 군부 제정 헌법하에서는 합법적 선거가 불가능하다면 '투표 반대' 운동을 벌이는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 위협도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HRW는 이달 초 성명을 내고 미얀마의 선거 절차가 시스템적인 문제는 물론, 국민들이 정부를 공정하게 선출할 권리를 빼앗는 조치들로 인해 손상됐다고 비판했다.
HRW는 헌법에 따라 군부에 할당된 상·하원 의석 25% 외에도 로힝야족에 대한 피선거권 및 참정권 금지 조치, 정부 비판 세력에 대한 처벌 그리고 관영 언론의 여야 차별 그리고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 결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브래드 애덤스 HRW 아시아 담당은 "이번 선거는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폴리시도 NLD가 자신들이 수 십년간 싸워온 군부가 했던 행보를 닮으려고 한다면서, 이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손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서구 국가들이 2015년과 달리 침묵한 데 대해 매체는 군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 이행에 여전히 커다란 위협인 만큼, 일부 조치에 흠결이 있다 하더라도 현재는 NLD에 힘을 싣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권 NLD는 수치 고문의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이번 총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대부분의 매체는 예상한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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