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필체·서명 또렷…한국민에 대한 애정 잘 묻어나
임기 마치는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 접견 때 즉석 작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민에게 전한 평화 메시지의 친필 문서가 공개됐다.
주교황청 한국대사관(대사 이백만)은 28일(현지시간) 공관 홈페이지에 교황의 이탈리아어 자필 문서 2장을 공개했다.
한 문서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보냅니다. 여러분을 위해 그리고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저를 위한 기도도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문서에는 한국인 최초의 가톨릭 사제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김대건(1821∼1846년) 신부 탄생 200주년 축하 메시지가 담겼다.
교황은 이 문서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탄생 200주년을 맞아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진심 어린 인사를 보냅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해주시고 또한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지켜주시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라고 썼다.
이는 27일 청와대에서 공개한 교황 메시지의 친필 원문이다. 문서 마지막에는 교황명의 라틴어 표기인 'Franciscus'라는 서명도 또렷하다. 교황은 통상 공식 문서에 라틴어로 서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는 임기 3년을 마무리하고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백만 대사가 지난 23일 이임 인사차 교황을 알현했을 때 즉석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한다.
이 대사는 "교황님이 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시다는 점을 잘 알기에 정중하게 메시지를 부탁드렸고 그 자리에서 흔쾌히 써주셨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2018년 2월 새로 부임한 이 대사의 신임장 제정식에서도 "친애하는 한국 국민에게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친필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교황은 2014년 한국 방문 때 한국민이 보여준 뜨거운 관심과 사랑에 감사를 표하면서 "내 가슴과 머리 속에는 항상 한반도가 있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2013년 즉위한 교황은 모국인 아르헨티나에서 사제로 활동할 때부터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특히 현지 한국 교민의 성실한 모습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애정은 즉위 이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특히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깊은 관심을 두고 한국 정부의 평화 정착 노력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작년 4월에는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이례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통일을 기원하는 영상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교황청 조직 서열 2위인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전 세계 선교 활동을 관장하는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도 이 대사를 통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을 맞이해 한국천주교회의 환희와 감사에 저도 기쁘게 참여하고자 한다. 복음을 선포하고 모든 이에게 풍요로운 생명을 전하는 한국천주교회의 사명을 주님께서 도와주시길 기도드린다"라고 썼다.
또 타글레 추기경은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으로 인해 한국 천주교회와 한국민은 복되시다. 이 위대한 성인이자 순교자께서 한국의 더 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이 타인에 대한 봉사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자기 생명을 바치게 되길 기도드린다"라고 인사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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