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능력·행정 경험 보유 인재 제한적"…중국 확대 경계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명희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이 최종 후보로 남은 가운데 일본에서는 국제기구 수장에 도전할만한 자국 인재가 없다는 내부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에 일본인이 세계보건기구(WHO) 비롯한 유엔 산하 15개 전문 국제기구의 대표에 임명된 것은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을 지낸 세키미즈 고지(關水康司) 씨가 유일하다.
현재 중국 출신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4개 기구를 이끌고 있고 나머지 11개는 한국·영국·조지아·싱가포르·토고·불가리아·프랑스·케냐·핀란드·에티오피아·미국 출신이 각각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은 중국이 여러 국제기구를 이끌면서 자국에 유리한 국제 질서를 형성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유 본부장이 선전하자 한국에도 밀린다는 위기감이 일본 외교가에 감돌고 있다.
전날 일본 집권 자민당의 외교부회·외교조사회 합동회의에서 일본 외무성 간부가 WTO 사무총장 선거 정세를 브리핑하자 한 의원이 "왜 일본 후보가 이번 WTO 사무총장 선거에 안 나갔냐"고 따져 물었다고 요미우리는 분위기를 전했다.
자민당의 룰(규칙) 형성 전략 의원연맹은 27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하며 일본인이 국제기구 대표로 진출할 수 있도록 외무성과 내각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8월에 예정된 만국우편연합(UPU) 사무총장 선거에 옛 우정성 출신의 닛폰유세이(日本郵政) 임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각국 대사관을 동원해 작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기구를 이끌만한 외국어 능력과 행정 경험이 있는 적임자 수가 제한돼 있고 일본이 단독으로 나서서 곧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요미우리는 평가했다.
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14개국 정상과 전화 회담을 하고 73개국에 친서를 보내는 등 유 본부장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소개하고서 일본의 경우 수뇌급 지원이 타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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