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공들인 중국, WTO 총장선거 '미국 개입'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이 28일(현지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자 중국의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WTO에서 대립각을 세워왔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 등을 통해 아프리카를 우군으로 포섭하는 데 막대한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29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WTO 차기 사무총장 후보 중 선호 인물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없으며 최종 당선 시까지도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타국간 현안은 공개적으로 한쪽에 서지 않는다'는 중국의 대외 기본 외교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보다는 중국이 그동안 공들여온 아프리카 출신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에 무게가 쏠리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원래 문제 소지가 있는 현안에는 공개적인 지지 입장 표명을 안한다"면서 "중국은 그동안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아프리카에 공을 들여왔기 때문에 나이지리아를 지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출신 WTO 차기 사무총장이 나올 경우 향후 미중 무역전쟁 관련 WTO 제소 과정에서 미국의 입김이 커질 수 있는 반면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될 경우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엿볼 수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차기 WTO 사무총장이 되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일방주의 압박에 전례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신경제포럼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의 25%를 기여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역할을 언급했다는 점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리웅 중국국제무역협회 전문가 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을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본과 EU는 다른 많은 WTO 회원국들을 대변하므로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이 차기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펑파이(澎湃)는 미국이 공개적으로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을 거부하고 유명희 본부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진 오콘조이웨알라 전 장관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고 펑파이는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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