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격 빌미 주지 말자"…중국 5중전회서 '군민융합' 뺐다

입력 2020-10-30 11:33  

"美공격 빌미 주지 말자"…중국 5중전회서 '군민융합' 뺐다
"군과 민간은 한 몸"…미국의 화웨이 제재 등 논리적 근거 제공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그간 강력히 주창해온 '군민융합'(軍民融合)이라는 개념이 향후 5년간 중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중국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 결과 발표문에서 슬쩍 자취를 감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미국은 중국의 '군민융합' 개념을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논리적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고자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가 29일 5중전회 폐막 후 낸 공보(발표문)에서는 5년 전 18기 5중전회 때 등장한 군민 융합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국방 능력 강화를 기술한 부분에서 중앙위원회는 "국방과 군대의 현대화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국방 실력과 경제 실력이 동시에 발맞춰 발전하게 함으로써 군민 단결을 공고히 한다"고 밝혔다.
5년 전에는 군과 민간을 한 몸으로 여기는 '융합'이란 개념을 제시했다면 이번에는 군과 민간이 보조를 맞추는 '단결'이라는 선에서 표현 수위가 한층 낮아진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강한 군대를 꿈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2014년부터 군민 융합을 통한 무기 현대화를 강조했다.
옛 소련처럼 중국도 과거에는 거대 국영 기업이 무기 시장을 장악하고 민간 기업은 핵심 연구개발(R&D)에서 배제된 채 부품 조달 등 보조적인 역할에만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첨단 기술 시대에 접어들어 이 같은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민간 기업이 군수 영역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튼 것이었다.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인 산둥함(개발 당시 명칭 '001A'함)이 군민 융합 시대의 대표적인 개발 무기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군민 융합 전략은 미국의 본격적인 우려를 자아냈다.
특히 민간 기업에 넘어간 미국의 첨단 기술이 민간 시장 분야에서 활용되는 데 그치지 않고 잠재적 패권 경쟁국인 중국군 현대화를 돕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를 바탕으로 미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들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여러 기술 기업을 수출 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윌버 로스 장관은 작년 7월 "우리는 중국의 군민융합 전략을 경계한다"며 "중국이 자국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미국 기술에 집요하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은 최근 자국 업체들이 중국의 핵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SMIC에 생산 설비와 재료 등을 수출하기 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나섰다.
자사 제품이 민수용에 국한된다는 SMIC의 부인에도 미국은 이곳에서 생산된 반도체 제품이 군수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번처럼 중국이 미국이 공격 명분으로 삼는 자국의 발전 전략을 눈에 띄지 않게 수면 아래로 슬쩍 내리는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중국은 과거 국가 차원의 첨단 산업 육성 전략으로 '중국제조 2025'라는 개념을 크게 앞세웠지만 미중 무역 전쟁 와중에 미국이 이를 불공정한 산업 보조금 정책이라고 공격하자 이후 이런 표현을 더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군민 융합'이나 '중국제조 2025' 같은 발전 전략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고 해서 중국이 기존의 발전 전략에 근본적인 수정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전날 19기 5중전회 공보에서도 첨단 산업의 발전과 군 현대화의 보조를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민간의 군 현대화 참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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