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고? 스톱?'…'발표 임박' 총리실 검증에 쏠린 눈

입력 2020-11-01 06:38  

김해신공항 '고? 스톱?'…'발표 임박' 총리실 검증에 쏠린 눈
안전성·소음 놓고 국토부-지자체 이견…이달 결과 발표 따라 사업 추진 갈림길
검증 놓고 논란 재연 가능성도…'정치 논리' 따라 결정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김해신공항 사업의 적정성을 놓고 검증 작업을 진행해온 국무총리실의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이 사업의 향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반발로 지연됐던 김해신공항 사업이 결국 무산될지 혹은 사업에 탄력이 붙게 될지가 총리실 검증 결과에 달렸기 때문이다.

◇ 18년 지속한 동남권 신공항 '논란의 역사'
동남권 신공항 논란의 출발점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4월 15일 중국국제항공 여객기가 기상악화로 돗대산에 추락한 사고를 계기로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이 본격 논의됐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앞다퉈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과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가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선택은 가덕도도 밀양도 아니었다. 2016년 6월 정부는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건설하는 내용의 김해신공항안을 발표했다.
당시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을 진행한 결과, 김해공항 확장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신공항을 둘러싼 논란도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가덕도 신공항'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 오 전 시장에 힘을 보태며 '부·울·경 공동검증단'이 구성됐고, 검증단은 총리실에 김해신공항안의 타당성을 재검증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결국 국토부와 부·울·경은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 산으로 둘러싸인 김해공항…안전성 문제가 핵심
부·울·경이 김해신공항을 반대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안전성 문제다.
김해공항은 주변에 산들이 많아 활주로 진입·진출 과정에서 충돌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 사고를 예로 들며 부·울·경은 김해신공항의 안전성 문제를 줄기차게 지적해왔다.
하지만 국토부는 돗대산과의 충돌 위험을 신설 'V'자 활주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현재 김해공항은 남풍이 부는 경우 항공기가 북쪽으로 돌아 들어와 착륙해야 하기 때문에 북쪽의 돗대산과 충돌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신설 활주로는 서북-남동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놓여 북풍이 불 때나 남풍이 불 때나 장애물을 피할 수 있으므로 안전한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울·경은 V자 형태로 활주로를 만든다 해도 여전히 인근 산들과 충돌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항공기가 새 활주로에 착륙하지 못하고 재착륙을 위해 다시 상승(복행)하는 과정에서 재래식 비행절차(ILS)가 아닌 첨단위성항법(PBN) 절차를 적용하면 승학산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위성 자료를 활용하는 PBN은 지상항행안전시설을 이용한 ILS보다 정밀도가 떨어져 국내외 공항에서는 PBN과 ILS를 절차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두 방식을 조합해 사용할 경우, 한 번 착륙에 실패했다가 재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접근하는 비행경로에서 승학산은 약 4.4㎞ 떨어져 있어 충돌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해공항 주변의 자연 장애물을 두고서 공항시설법 위반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부·울·경은 신설 활주로 부근에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넘는 산악 장애물이 있는데도 국토부가 장애물 절취 여부를 지자체와 상의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부 산지가 OLS를 넘더라도 장애물 평가표면(OAS)을 저촉하지 않으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장애물을 제거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총리실 검증위는 법제처에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 활주로 길이·소음·환경 문제 두고도 줄다리기 '팽팽'
신설 활주로의 적정 길이를 두고서도 양측은 대립하고 있다.
국토부가 계획 중인 활주로 길이는 3.2㎞인데 부·울·경은 대형기가 이착륙하기에는 짧다며 활주로 길이가 최소 3.7㎞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기 성능자료를 우선 적용하도록 규정한 비행장시설 설계 매뉴얼에 따라 활주로 길이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3.2㎞ 활주로에서도 대형 항공기 및 장거리 노선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소음과 환경 문제를 두고서도 부·울·경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활주로가 건설되면 새 항로 위에 놓이는 지역은 소음 피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 평강천과 서낙동강의 조류 서식지 훼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을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되레 새 활주로가 건설되면 도심지가 아닌 농경지 상공을 통과하게 돼 항공기 소음을 줄일 수 있다고 국토부는 주장한다.
국토부는 신공항 건설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지만 대체 서식지 조성 등을 통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신공항 적정성 판단, 정치 논리가 좌우할 수도
이처럼 부·울·경과 국토부가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결국 정치 논리가 신공항의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등이 잇달아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을 하자 부·울·경은 검증 결과에 기대를 품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김해신공항의 안전성만큼은 문제없다고 자신하면서도 검증 결과에 정치적 고려가 섞이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리실이 김해신공항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고 국토부의 기본계획안이 검증 대상인만큼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입장을 내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설령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된다 해도 부·울·경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덕도 신공항이 바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총리실이 검증하는 사안은 김해신공항의 적합성일 뿐이며 가덕도를 입지로 고려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김해신공항이 부적합한 것으로 검증 결과가 나오면 동남권 신공항은 다시 수요산출부터 시작해 후보지 선정·평가, 최종 입지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총리실이 어떤 결론을 내든 간에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많다.
김해신공항이 적정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재검증을 요청한 부·울·경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김해신공항안이 백지화된다면 지자체 합의로 결정한 국책사업을 뒤집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총리실이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 사안별 검증 결과만 발표하고 김해신공항 사업을 지속할지 백지화할지 종합적인 판단은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총리실의 검증 결과는 이달 안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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