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졸업생, 군주제 비판 인사 등신대 사진으로 항의 표시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태국에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군주제 개혁 등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이 시위의 중심인 방콕 시내 탐마삿 대학에서 학위 수여식을 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31일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와치랄롱꼰 국왕은 전날부터 이틀간 탐마삿 대학 타쁘라찬 캠퍼스 졸업식에 참석, 졸업생들에게 일일이 학위를 수여했다.
이는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 때부터 내려오는 전통에 따른 것이다.
탐마삿 대학이 반정부 시위의 중심인데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국왕으로부터 학위를 받지 말자'는 해시태그가 돌았으나,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졸업생의 절반가량이 국왕으로부터 학위를 받겠다고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이 PBS 방송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작년에는 졸업생의 10%가량만 학위수여식에 불참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부 학생은 졸업식에 참석하는 대신 행사장 근처에서 망명한 사학자인 솜삭 등 군주제에 비판적인 인사와 유명한 교내 견과류 판매상인 버나드의 등신대(等身大) 사진을 두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항의를 표시했다.
당국은 군인들을 대학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특히 졸업식이 이틀간 진행되는 데다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31일 오후 5시에 모여 깜짝 놀랄만한 일을 벌이자'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태국의 반정부 집회는 올해 2월 젊은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던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된 반정부 집회는 총리 퇴진과 군부 제정 헌법 개정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면서 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지 경찰은 30일 법원이 보석을 허용한 시위대 지도부 3명을 석방 직후 다른 혐의로 다시 체포하면서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또 체포 과정에 지도부 가운데 한 명이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나머지 두 명도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탈진 등의 이유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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