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내부 결속시키려 미국을 침략자로 규정"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전쟁을 미국의 북침으로 규정하면서 한중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홍콩매체가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중국이 미국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60여년 전에 일어난 전쟁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시각과는 상충하는 설명을 내놓아 한중간 불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23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참전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미국과의 전쟁을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하며 결사항전의 전통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침략자'라고 강조하면서 "중국 인민은 침략자를 때려눕히고, 전 세계를 경천동지하게 했다"고 말했다.
SCMP는 "미중 관계에서 적대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중국 내부를 결속시키려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하게 된 이유를 언급했다"며 "이를 통해 미국이 한국전쟁을 시작한 침략자라는 것이 중국의 공식적인 입장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입장은 한국전쟁이 1950년 6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고 그로 인해 미국과 동맹국들이 참전하게 됐다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입장과는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SCMP는 중국은 최근 수십년간 국제 사회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느라 한국전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최근 미국과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올해 한국전쟁이 다시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미국과의 대치 국면에서 한국전쟁을 활용하는 전략은 한중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항의해야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요구에도 한국 외교라인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 등이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한국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와중에 시 주석의 발언이 나오면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SCMP는 올해 한국에서 반중 감정이 역대 최고로 조사된 가운데 지난달 세계적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의 '밴 플리트상' 수상소감에 중국 관영매체가 시비를 걸고 중국 누리꾼들이 집단 공격을 한 사건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중국 역사·문화과 부교수 자오 마는 "역사에 대한 이러한 종류의 극단적인 이념적 접근은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을 개선시킬 수 없으며 양국 간 인적 교류도 활성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 교수는 방탄소년단에 공격을 퍼부은 사건은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이웃 나라의 시각에서 역사를 이해하는 능력과 인내심이 결여돼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애국심이라 말하는 이러한 종류의 맹목은 중국이 국제사회 리더가 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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