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언니·오빠도 23시간 만에 구조…셋째 오빠는 병원서 숨져
총 사망자 93명으로 늘어…약 1천명 부상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이영섭 기자 = 강진 피해를 본 터키에서 건물 잔해에 깔린 세 살배기 여아가 매몰 65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터키 재난위기관리청(AFAD)은 2일(현지시간) 이즈미르 주(州) 서부 바이락클르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올해 3살인 엘리프 페린첵 양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페린첵은 지난 달 30일 오후 3시께 지진이 발생한 지 거의 65시간 만에 구조됐다. AFAD에 따르면 페린체크는 106번째 구조자다.
페린첵의 어머니와 세 언니·오빠는 지진이 발생한 지 약 23시간 만에 구조됐으나, 셋째 오빠인 우무트 페린첵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목숨을 잃었다.
엘리프의 할머니는 터키 국영 TRT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엘리프와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며 "신께서 기도에 답해주셨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에 참여한 소방관 무아메르 첼릭은 "엘리프가 먼저 내 손가락을 잡았고, 나는 먼지가 묻은 엘리프의 얼굴을 닦아줬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다"며 "이 아이는 끝까지 살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구조자들은 감격에 겨워 서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메흐메트 귈뤼오을루 재난위기관리청장은 트위터에 "신에게 수천 번이라도 감사하다. 우리 작은 엘리프를 아파트 벽돌 아래에서 구해냈다"라고 적었다.
페린첵보다 약 7시간 앞서 구조대는 건물 잔해에서 14세 소녀 이딜 시린을 매몰 58시간 만에 구조했다.
그러나 이 소녀의 8세 동생은 생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 당국은 약 2천 명의 인력과 각종 장비를 투입해 이즈미르의 붕괴한 8채 건물에서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93명으로 집계됐다.
무라트 쿠룸 환경부 장관은 이날 "이즈미르 강진으로 9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심하게 파손된 건물은 58채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진 발생 당일 그리스 사모스섬에서도 10대 2명이 숨져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93명이다.
터키 내 부상자는 962명으로 이 가운데 743명이 퇴원하고 219명이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고 AFAD는 밝혔다.
이번 지진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께 터키 서부 해안에서 지척인 그리스 사모스섬의 넹노 카를로바시온에서 14㎞ 떨어진 해역에서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 규모를 7.0으로, AFAD는 6.6으로 관측했다.
AFAD는 1천120차례 이상 여진이 발생했으며, 43차례는 규모 4.0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터키는 지진대 중에서도 활동이 왕성한 '아나톨리안 단층대' 위에 있어 지진 피해를 자주 겪는다.
1999년에는 터키 북서부에서 두 차례 지진이 발생해 약 1만8천 명이 숨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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