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오차범위 내 접전, '샤이 트럼프' 간과 비판 속에서도 명예회복
저학력 백인·시골거주자 비중 높여 정확성↑…트럼프 지지율 적게 잡아 옥에티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지난 미국 대선에서 크게 망신을 당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이 4년 만에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다수 여론조사 결과들이 꾸준히 가리킨 대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한 덕분이다.
올해 3월 '바이든 대 트럼프'의 양자 대결 구도가 사실상 확정된 이후 바이든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10%포인트 안팎의 뚜렷한 리드를 지켜왔다는 점에서 이변을 허락하지 않은 선거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전국 지지율 격차와 별개로 이번 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 있게 승자를 점치기 어려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유는 두 가지다.
간접선거제를 채택한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면 작은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주요 경합주를 많이 차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국 단위 지지율보다는 경합주 지지율 흐름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다수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겨우 오차범위 내 리드를 보인 바이든 후보로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양상이었던 게 사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샤이 트럼프'의 존재다. 사회적 평판 등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숨은 지지층까지 고려하면 오차범위 내 경합주들에서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 지지층조차 두려워한 이 시나리오는 2016년 대선에서 여론조사상 우위를 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한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당시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포함한 경합주들에서 민심을 잘못 전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이 올해도 샤이 트럼프 유권자층을 놓쳤을 것이란 비관적 시각이 팽배했다.
트래펄가그룹의 로버트 케헬리 여론조사 수석위원, 서스쿼해나의 짐 리는 물론 메이저 기관인 갤럽의 고문을 맡은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까지도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의심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조사기관들이 승자를 예측해낼 수 있었던 것은 4년 전 실패를 거울삼아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미 선거전문매체 파이브써티에잇과 온라인매체 복스 등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유권자의 비중을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여론조사 응답자의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고졸 이하 응답자 비중을 늘리는 대신 대졸 이상 응답자 비중을 줄였다는 뜻이다.
입소스, 퓨리서치센터와 같은 곳은 한발 더 나아가 각 인종 그룹 내에서 교육 수준에 가중치를 부여해 정밀성을 더욱 높였다.
기존 여론조사 응답자 중 도시 거주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시골 거주자 비중을 높였고, 유선전화 대신 휴대전화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이런 노력은 숨은 트럼프 지지층을 조사에 많이 포함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시골이나 교외에 거주하는 저학력 백인 유권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바이든 후보가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빼앗겼던 북부 '러스트벨트'를 탈환하고,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주에서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짚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론조사가 아주 정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샤이 트럼프 유권자층을 충분히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거 직전까지 각종 조사 기관들은 바이든 후보가 대체로 7∼10%포인트 앞선 것으로 집계했으나, 7일 현재 실제 개표 결과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리드폭이 3%포인트에도 못 미친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 예상이 많았던 플로리다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성한 것이나, 접전이 예상됐던 오하이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승을 거둔 것도 올해 여론조사의 옥에 티로 남았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