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졌다' 미 대선 투표 돌입…1억명은 이미 사전투표(종합)

입력 2020-11-03 15:36   수정 2020-11-03 16:14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 대선 투표 돌입…1억명은 이미 사전투표(종합)
22개월 대장정 마침표…결과 따라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
여론조사는 바이든 우세…경합주 박빙 많아 속단은 금물
트럼프, 대선 첫개표 뉴햄프셔 2개 마을서 16표 대 10표로 승리
최고투표율 경신 가능성…개표지연시 불복·소송 등 혼란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주사위는 던져졌다.'
미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결전의 날이 밝았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의 운명을 가를 투표가 3일(현지시간) 미전역에서 실시된다.
오전 0시 뉴햄프셔 작은 마을인 딕스빌노치 등 2곳을 시작으로 주별로 오전 5시부터 8시 사이에 투표가 시작된다. 투표 종료 시간도 주별로 달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에 마감된다.
뉴햄프셔주의 작은 산골 마을인 딕스빌노치와 밀스필드에서 0시(한국시간 오후2시)에 동시에 마감한 첫 투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총 16표를 얻어 10표에 그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6표 차로 눌렀다.
작년 1월 민주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에서 출발한 22개월의 대장정은 이제 종착점에 이르러 유권자의 선택만 남겨둔 상황이다.
당선인 윤곽은 이르면 3일 밤늦게 또는 4일 새벽에 나올 수 있지만, 우편투표 급증에 따른 개표 지연과 박빙 승부가 맞물릴 경우 며칠이 걸릴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삼수 끝에 대선 후보직을 꿰찬 바이든 후보 간 한 치도 양보 없는 양자 대결로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기치와 재임 중 경제 성적표를 무기로 '4년 더'를 호소하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선거전의 양상을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전염병 대유행과 맞물린 경기침체는 회심의 카드였던 경기호황을 내세울 수 없게 했고, 미 전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까지 터지는 등 선거전 내내 굵직한 악재에 시달렸다.
바이든 후보는 이 빈틈을 파고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대응에 실패했다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그의 무능이 경제를 침체의 수렁으로 빠뜨렸다고 공격하며 '트럼프 심판'을 외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갈등과 분열을 심화하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렸다며 전통적 가치 회복을 내세워 '반(反)트럼프' 진영의 결집에 총력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패권국'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서도 해법이 천양지차라 대권의 향배는 전 세계는 물론이고 한반도 정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바이든 후보가 우위에 서 있다. 선거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집계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2일 오후 기준 전국 단위로 트럼프 대통령을 6.5%포인트 앞섰다.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후보가 경합 지역을 제외하고도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각각 290명, 2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며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상했다.
선거 분석매체 538은 바이든 후보의 승률을 89%로 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96%로까지 높여 잡았다.
그러나 승부를 결정짓는 6개 경합주는 오차범위 승부가 많아 당락을 속단하기엔 이르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북부 '러스트벨트' 3개 주는 바이든 후보가 3~6%포인트대 격차로 앞서지만,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부 '선벨트' 3개 주에선 오차범위의 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RCP는 197명의 선거인단이 경합 상태라며 아직 확실히 절반을 넘긴 이는 없다고 봤다. 투표함을 열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대선은 의회의 상·하원 선거와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의회 권력의 재편이란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예측기관들은 민주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지위도 매우 위태롭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상황에 따라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 권력까지 차지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역설적으로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거 예측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2일 오후 6시(미 동부시간) 기준 1억명에 육박하는 9천800여만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이는 역대 최고인 4년 전 4천700만명의 배가 넘는 것으로, 우편투표 참여자가 6천300만명, 사전 현장투표자가 3천500만명이다.
현 추세라면 이번 대선이 1908년(65.4%) 이래 최고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급증한 우편투표는 전염병 감염을 우려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이 참여해 민주당에 유리한 신호라는 평가가 많다.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이 대선 당일 현장투표를 선호하는 만큼 현장투표에서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며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기대하면서도 여론조사에서 이기다가 대선일 투표에서 패배한 2016년 악몽 탓인지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분위기다.

개표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우편투표의 급증은 당선인 발표를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승자를 결정짓기 어려운 박빙 승부가 이어진다면 '당선인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높은 우편투표가 '사기투표'의 온상이라면서 대선 패배 시 소송 등을 통해 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부인하긴 했지만, 개표 초기에 자신이 이길 경우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을 측근들에게 거론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이 경우 미국이 극심한 분열과 혼란에 빠지고 자칫 지지층 간 물리적 충돌 속에 소요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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