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끌어들여 더 정교한 방식으로 중국 에워싸기 나설 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미국 대선의 치열한 승부 끝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선거 나흘만에 승리를 선언한 가운데 중국에서는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결이 다른 대외 정책을 내세웠지만, 중국에 관해서는 전 정권과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이번 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들어선다고 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장치들이 사라지거나 약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3월 포린어페어스지(紙)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며 "가장 효과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채택한 정강·정책에도 대중 강경대응 방침은 분명히 언급돼 있다. 민주당은 당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과 대만관계법 지원, 중국의 인권탄압 대응 법률의 철저한 집행 등도 공언했다.
미국은 현재 중국의 빠른 추격 속에서 확고부동했던 초강대국 지위가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 조직이나 조약에서 이탈하며 독불장군식 대외 정책을 펴면서 상황이 한층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 편향적이라는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WHO 탈퇴를 공식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 외에도 유엔 인권위원회, 유엔인구기금을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파리기후변화협정 역시 탈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던 '동맹 압박 카드'를 거둬들이고, 중국을 포위하는 방식으로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강위원회가 지난 7월 27일 승인한 당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정강정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망가뜨린 외교력의 복원을 위해 외교의 재활성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위해 외교를 '최초의 수단'으로 삼겠다며 외교 우선의 원칙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동맹관계를 훼손했다며 '동맹의 재창조'를 중요한 과제로 부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각종 국제기구와 협약에 복귀하겠다고 공약했고, 동맹 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도 다짐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바이든 시대에도 통상 기조는 대중국 강경책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다만 미국의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고 세계무역기구(WHO) 등의 국제기구를 통해 제도적으로 중국을 포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역대 민주당 정부가 해왔던 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가치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정권은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대중 압박을 시작해 홍콩, 남중국해, 대만, 신장 문제로 미중 갈등을 확산해 나갔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권과 달리 인권 탄압 카드를 무기로 홍콩, 신장(新疆), 티베트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 압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대선 공약집과 마찬가지인 정강정책에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보장, 대만관계법 지원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인 홍콩인권법, 위구르인권법을 철저히 집행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은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중국 입장에서는 더 곤욕스러울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자 행보가 국제 사회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과 달리 바이든 정권의 행보는 중국 입장에서 아군을 확보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선옥경 하남사범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바이든은 외교에 정통한 인물이기 때문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 중국을 끈질기게 압박할 것으로 보이며 동맹국들과 관계 강화로 중국을 코너로 몰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국제기구에 경제 지원을 쏟아부으며 국제 사회에서 발언권을 키워 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기원설'이 국제적으로 퍼졌을 때 WHO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은연중에 지지했던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만약 미국이 다시 국제무대에서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준다면 중국이 그동안 누려왔던 이점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경제적 수단 역시 바이든 정부의 주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부상은 바이든 행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바이든 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처럼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미중 간 무역 갈등의 기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대중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도저식' 압박이 아니라 동맹을 끌어들여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대중 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 중국정경문화연구원 원장은 "중국은 트럼프식 대중국 정책을 이미 파악하고 있으나 바이든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중국이 헷갈릴 수 있도록 다양하면서도 교묘한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중이 갈등을 겪는 분야 역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재와 같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등 전방위에 걸쳐 전선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갈등이 경제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권은 홍콩, 신장, 티베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이든 정권이 이전 정권과 비교해서 예측 가능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양국 간 긴장 수위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도 "바이든 정권은 동맹국에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역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대응 방식에 변화를 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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