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공산주의·애국주의 강조 속 "역사 경시" 비판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내 한 쇼핑몰의 핼러윈 행사 무대에서 중국 건국 전 공산당 무장조직인 홍군(紅軍)의 복장을 하고 공연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논란이 됐다.
3일 펑파이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왕푸징(王府井) 쇼핑몰에 마련된 무대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춤을 추며 공연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확산했다.
문제는 해당 무대의 배경 화면에 중국어로 '핼러윈 카니발' 등의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는 것이다.
고대 켈트족의 풍습에서 유래한 핼러윈은 10월 31일 밤 아이들이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과자 등을 얻어먹는 축제로, 최근 중국에서도 많이 즐기는 추세다.
하지만 이러한 서양 축제에 홍군 군복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공연한 것이 일부 중국 네티즌을 자극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한 네티즌은 "서양 축제를 기념하는 게 잘못은 아니며, 부모가 자녀에게 서양 문화를 경험하도록 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정신적 용기와 역사를 잊거나 경시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패러디한다는 게 문화에 대한 경시를 뜻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 공산당 청년 조직으로 단원 수가 8천만 명 이상인 중국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공식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공연 사진을 게재하고 물음표를 달기도 했다.
하얼빈 왕푸징 쇼핑몰 측은 논란이 커지자 2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해당 공연은 핼러윈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행사를 위한 것이며 리허설 중 무대만 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쇼핑몰 측은 "'아름다운 석양이 중국을 붉게 물들이다' 행사 리허설이 1일 오후 열렸다"면서 "리허설 인원이 너무 많고 시간이 부족해 아직 철거하지 않은 핼러윈 간판 앞에서 진행됐다. 리허설 후 핼러윈 관련 내용을 철거했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이번 논란은 공산주의·애국주의 등이 강조되는 최근 중국 내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쇼핑몰 측은 "홍색 혁명 유전자를 이어받고 애국주의 정신을 고취하는 것은 쇼핑몰의 기업 정신이며, 이를 위해 각종 공익행사를 진행해왔다"면서 "앞으로 쇼핑몰 내 모든 행사의 시간 배치와 자재 디자인을 더 규범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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