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재산세 경감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를 놓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빚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3일 사표를 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반려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 도중 주식 양도소득세 관련 질의를 받고 "대주주 요건 완화 등에 반대했지만 당·정·청 회의에서 현행 10억 원 기준을 유지하기로 해 2개월간 갑론을박한 것에 누군가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도 했다. 정부는 공평 과세 차원에서 애초 계획대로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10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낮춰 세원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주무 부처의 장으로서 책임을 졌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가 여당과의 정책 이견으로 사표를 냈다는 것은 그만큼 내홍이 격심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주택 재산세 완화 기준을 공시가 6억 원 이하로 한다는 방침은 관철했지만,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는 무산됐다. 정부가 일관성과 공정성, 형평성을 내세워 추진하던 조세 정책이 정치 논리와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훼손됐다는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세정이 원칙을 잃고 갈팡질팡하면 조세 저항이 고개를 들고, 안정적 세원 확보를 통한 건전 재정이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재산세의 경우 그간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데다 오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가 실행되면 세금 부담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당정은 중저가 1주택자의 재산세 경감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재산세 부담 완화방안에서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를 내년부터 3년간 0.0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확정했는데 여당 반대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여당은 최근의 집값 상승을 반영해 재산세 혜택 기준을 공시가 9억 원까지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공시가 6억 원은 시세로 8억∼9억 원 선, 공시가 9억 원은 시세로 12억∼13억 선이라고 한다. 시가 12억 원, 13억 원대 아파트를 '중저가 주택'으로 간주해 재산세 혜택을 주는 것은 기존 정책과 모순된다. 현재 고가 주택으로 분류돼 종부세를 내거나 부동산담보 대출 규제를 받는 기준이 9억 원이기 때문이다. 전국 주택 가운데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 비중은 95%에 달한다. 공시가격 9억 원 주택은 서울과 부산 등 일부 광역시에 국한된다. 내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으로서는 재산세 경감 대상을 늘리고 싶겠지만 이는 세정의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이 오락가락한 것도 본질은 유사하다. 정부는 주식 거래 관련 세원 확대를 위해 지난 2017년 세법 개정 때 정한 로드맵에 따라 대주주의 범위를 기존 25억 원에서 2018년 15억 원, 2020년 10억 원, 2021년 3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이른바 '동학 개미'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내년부터 연좌제 논란이 있는 가족 합산 3억 원(종목당)에서 개인별 3억 원으로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는데, 시장 불안 우려를 들어 여당이 압박하자 아예 현행 10억 원 기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10억 원어치(종목당) 가까운 주식을 보유한 주식 부자들의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게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6월 발표한 금융 세제 선진화 방안에서 개인투자자의 2천만 원 이상 주식 차익에 대해 2023년부터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과세 기준선을 5천만 원 이상 차익으로 대폭 후퇴한 바 있다.
물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급격한 세금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집값이 오르고 주식 투자로 차익이 크면 세금도 많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납세자가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연착륙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시가격 현실화로 재산세 종부세 등의 부담이 갑자기 불어나면 1주택 일반 서민이나 소득이 없는 고령자 등은 감당하기 버겁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민의 체감 세 부담은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공시 가격의 현실화 속도 조절 등으로 서민 중산층의 충격을 줄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취득세, 양도세 등을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반을 들여다보면서 먼저 공정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며 안정적 세수를 담보할 수 있는 과세 원칙을 세우고, 이 틀 속에서 일관성 있게 세금이 부과되도록 해야 한다. 표를 의식한 정치공학적 셈법, 즉흥적 발상에 따른 땜질 대책 남발 등으로 조세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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