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귀지(earwax) 샘플로도 모발이나 혈액, 소변 샘플 못지않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르티솔은 질병 등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대사, 심장 기능, 면역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신체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KCL) 인지신경과학 연구소(Institute of Cognitive Neuroscience)의 안드레스 에르난-비베스 박사 연구팀은 귀지 샘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Guardian)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코르티솔은 분비량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샘플링이 어렵기로 악명 높다. 그래서 샘플 자체가 만성적인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수치를 반영하지 못한다. 모발, 타액, 혈액, 소변 샘플로는 단기적인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귀지의 코르티솔은 변동이 적고 안정적이며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측정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귀지 샘플 채취 장치는 면봉(cotton swab)이나 다를 게 없지만 그 끝에는 귀지 샘플을 가장 효과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유기물질이 담겨져있다.
이 장치는 또 브레이크가 있어서 귓속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 귀에 손상을 일으킬 염려도 없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37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귀지 샘플 채취 기술을 모발, 혈액 등 다른 코르티솔 샘플 채취 방법과 비교 평가했다.
그 결과 귀지 샘플에서 채취한 코르티솔이 가장 양이 많고 측정도 가장 빠르고 비용도 가장 적게 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르티솔 수치 측정에는 모발 샘플이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모발은 코르티솔의 단기적인 변동에 영향을 받는 데다 모발 속의 고르티솔 검출량이 적어 분석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에 비해 귀지에서는 모발 샘플보다 코르티솔을 많이 검출할 수 있어 매우 빠른 분석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다른 방식의 코르티솔 측정은 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일이나 음주 등 코르티솔 분비에 변동을 가져오는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에 영향을 받지만 귀지 검사는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검사법은 우울증 외에 코르티솔 관련 질환인 애디슨병(Addison's disease)과 쿠싱 증후군(Cushing syndrome) 진단과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귀지 샘플을 당뇨병 환자의 포도당과 코로나19 환자의 항체 측정에도 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지 '헬리욘'(Heliyon)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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