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 대미 전략 전면 재검토…바이든 의중 파악 주력
중국 내수 확대·독자 기술의 자립 경제와 군사력 확대로 맞대응 전략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미국 대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혼선 끝에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선언한 가운데 중국 지도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게 돼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4년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에 이제 막 적응이 되던 참에 외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을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바이든은 대선 운동 기간 이미 대중 강경책을 유지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라 중국 지도부는 새로운 파트너에 맞춘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현재까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내놓은 방어 전략은 미국의 탈동조화(디커플링)에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자력갱생식 대응이다.
중국은 이미 미 대선 직전에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이 같은 의지를 밝혔다.
시 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5중전회에서 경제 자립(자급자족)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골자로 한 14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4·5계획)을 확정했다.
중국공산당이 5중전회가 끝나고 발표한 공보에 따르면 14·5계획은 경제자립과 국내 수요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 견인을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를 '쌍순환 전략'으로 규정했다. 쌍순환은 세계 경제(국제 순환)와 긴밀한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국내 대순환)를 최대한 발전시켜나간다는 개념이다.
중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이미 불거진 미중 패권 다툼 구조가 고착화할 것으로 보고 미 대선 전에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근간으로 한 쌍순환 경제 발전 전략을 들고나온 셈이다.
지난달 31일 발간된 중국공산당 이론지인 '치우스'(求是) 최신 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4월 10일 열린 중앙 재경위원회 제7차 회의 연설에서도 자력갱생을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3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규모와 비교해 2배로 키우고, 내년 상반기까지 부강한 중국을 의미하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선포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시 주석의 발언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신중국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중국을 사실상 세계 최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에 시 주석의 선전포고와도 같은 발언이 나오면서 양국 간 무역, 첨단 기술을 둘러싼 갈등은 더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은 미국의 디커플링 움직임에 맞서 산업과 국가안보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정책을 수립해 나갈 것이다.
사실 무역·경제 분야에 있어서 미중간 패권 경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했더라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입장에서는 바이든이 미국의 수장이 되는 게 확실시되면서 경제 분야뿐 아니라 인권 문제 역시 방어망을 구축해야 할 처지다.
역대 민주당 정권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해왔기 때문에 바이든 역시 홍콩 보안법, 신장(新疆) 인권 문제, 티베트 문제 등을 무기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이든은 국제 여론전을 대비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국제기구·조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중국은 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앞세워 공세를 펼칠 때 입지를 다진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 인권 단체가 홍콩과 티베트, 신장 위구르 등지에서 중국 당국이 인권을 억압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언론인·변호사를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해왔지만, 올해 유엔 총회에서 중국은 우군의 지지를 받아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선출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은 그동안 사실상 방치해 왔던 국제무대에 다시 올라서 중국을 강력히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규 중국정경문화연구원 원장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35년 안에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양국 간 경제 분야에서 갈등은 막을 수 없다"면서 "중국 입장에서는 인권과 민주 가치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경제 분야에 집중 공세를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보다 상대하기가 더 까다로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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