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상윤 교수팀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장기화 속에서 치매 등 인지 장애를 앓는 환자들은 물리적, 사회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팀은 여러 연구 논문을 모아 인지 장애가 있는 고령층이 다양한 이유로 다른 성인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서를 제시했다.
치매 등의 인지장애 환자 비율이 높은 고령층에서는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 질환 등 합병증이 치명적인 호흡부전과 다기관 손상의 원인이 되는 '사이토카인 폭풍'(면역 과잉반응)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부분의 후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는 호흡곤란이 흔하게 나타난다.
게다가 코로나19 감염은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사람에게서 발견되는 ApoE 유전자 변이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ApoE e4 유전자형은 신경세포염증을 악화해 알츠하이머와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
그런데 한 영국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 45만1천367명 중 ApoE e4e4 동형접합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을 확률이 2.3~4배 높았다.
연구팀은 폐포 상피 세포 내에서 ApoE e4와 ACE2 수용체(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가 동시에 발현하는 기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 외에도 연구팀은 치매 환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인지 질환 개선 기회를 방해받는다고 지적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행하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신체 운동과 사회적 소통 부족으로 이들의 인지적·심리적 악화 속도가 빨라진다.
게다가 이들은 새로운 방역 수칙을 이해하고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컨대 이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에 더욱 노출되기 쉬운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면 환자들은 더 높은 수준의 신경 정신병적 증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연구팀은 환자들과 가족 및 간병인에게 집에서도 건강하게 지낼 방안을 제시했다.
환자들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집에서도 간단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요일별 일과를 계획하고 인지 훈련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를 시청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다.
가족 등 보호자는 환자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전화로 꾸준히 소통해 환자에 대해 애정과 유대의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에 변화가 감지되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 뉴스에 대해 환자와 대화할 때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다.
이 보고서는 '대한의학회지'(JKMS)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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