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부터 인수위 가동…4일에는 홈페이지도 개통
인사 검증·정부청사 출입·코로나 대응 전환 등 차질 예상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고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권 인수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주요 언론들이 바이든 후보의 승리 소식을 전한 7일(현지시간)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의 대통령직 이양은 대부분의 경우보다 더 험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 측은 지난여름부터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가동해 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제프 자이언츠, 바이든 후보에게 수십 년간 조언해온 전 상원의원 테드 코프먼, 뉴멕시코 주지사인 미셸 루한 그리셤,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홍보국장을 지낸 아니타 던 등이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해 활동하고 있다.
인수위는 바이든이 취임하자마자 내릴 수 있는 행정명령과 관련한 정책 시행 방안이나 인선안 등을 검토해왔다. 바이든 후보는 내각 구성과 관련해 인종적 다양성을 강화하고 여성을 고위직에 등용해 이념적·지리적으로도 다양하게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각료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 검증, 정책 우선순위의 설계, 주요 의제의 설정 등은 인수위의 핵심 업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운데에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그의 고위 관료들은 몇 달 전부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비해 비밀리에 준비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개표가 대부분 마무리돼 미국 주요 언론들이 이미 당선자를 지목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 측이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선거 결과에 수긍하지 않으면서 권력 이양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든 후보 인수위 측은 내년 1월 행정부 인수를 위한 준비 작업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 홈페이지(BuildBackBetter.com)도 지난 4일 개통했다.
바이든 후보와 가까운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선거운동과 인수위 활동을 결합하고 직책과 역할을 배분하며 누가 무슨 일을 할지 정하고 책임 소재와 일정표를 설계하는 작업, 그것은 어려운 권력 이양 속에서도 멈추거나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한 선거 결과가 새로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대통령직 인수위는 순조롭게 선거가 진행돼도 4천명이 넘는 정무직 임명자들로 채워진 정부를 구성하는 데 두 달 남짓한 시간밖에 없기 때문에 통상 정신없는 속도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런 가운데 당선인 확정이 지연됨에 따라 인수위는 더 촉박한 시간표에 따라 활동하게 될 전망이다.
인수위는 잠재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연방수사국(FBI)에 신원 조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선거 결과 확정 전까지는 정부윤리청(OGE)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 OGE의 검증은 인사 검증의 두 번째 단계다.
과거 인수위들의 경우 보통 12월 초 또는 중순까지 OGE에 검증 대상자의 명단을 제출해왔다.
또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인수위 인사들은 연방정부 청사에 들어갈 수 없다. 현 행정부 관리들과 협조해 핵심적 의사결정, 또는 긴급 조치가 필요한 사안을 파악할 수 없다.
미래의 장관 후보자에게 브리핑할 정보를 수집하기도 어려워진다.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주 정부에 맡겨라'란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전략을 180도 전환하겠다며 독자적인 '섀도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했는데 이런 대응도 늦어질 수 있다.
또 대통령직 인수인계법에 따라 당선인은 인수위를 운영하고 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연방 총무처(GSA)에 사무 공간과 통신 서비스, 인력, 자금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나 GSA는 이날 아직 선거의 승자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GSA가 바이든 인수위에 사무실과 컴퓨터, 보안 통과를 위한 신원조회 등을 제공할 수는 있으나 여전히 정부 청사에 들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또 "규범 파괴자인 트럼프가 협력을 제한하고, 통상 지루한 (인수) 절차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 외교관들이 지금부터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사이에 갑작스러운 정책 조치가 나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무역 관련 결정이나 부대 철군, 대통령 사면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로이터는 "이는 새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및 이에 따른 경제적 위기에 재빨리 대처하는 것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이날 법에 규정된 의무사항들을 준수하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선출된 후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관행을 지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수위 활동이 차질을 빚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된 2000년 대선 때도 개표 논란으로 선거 결과 확정이 지연되며 인수위가 12월 중순에야 공식 출범했다.
이 바람에 부시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직을 인수하는 데 다른 당선인의 절반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한편 대통령 경호국은 이미 올해 3월부터 민주당 대선 후보 신분이었던 바이든의 경호를 맡아왔다.
선거 기간부터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와 그 배우자에게 경호를 제공하는 것은 1968년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된 이후부터 시행돼온 조치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3년 역시 암살돼 숨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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