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 때부터 시행…코로나 여파로 역대 최대 비율
개표에 시간 걸리고 일부 주 나중에 개표 반영
개표 초반 공화당 앞서는 '붉은 신기루'…트럼프 불복 우려 현실화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 사흘이 지났지만 아직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각각 사실상 승리 선언을 했고, 판세가 불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올해 대선이 이처럼 혼돈 속으로 빠져든 핵심 원인은 우편투표 확대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우편투표가 유례없이 확대돼 개표가 지연되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하며 선거 절차의 신뢰성마저 문제 삼은 탓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우편투표가 이뤄진 최초의 사례는 남북전쟁 중 치러진 1864년 대선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전장에 있던 북군 약 15만 명이 우편투표에 나섰다.
이후 점차 확대된 우편투표는 현재 모든 주에서 사전투표의 일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부 주에선 모든 유권자가 우편투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올해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가 대거 우편투표로 몰려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에 4년 전 대선의 배가 넘는 약 1억 명이 참여했다.
현장 투표와 비교해 우편투표는 봉투개봉, 서명확인 등 절차가 필요해 개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일부 경합 주에서 우편투표를 집계하느라 개표가 늦어지고 있고, 대선 결과도 신속히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올해 공화당 측에서 우편투표의 신뢰성을 깎아내린 점도 현재의 혼란에 큰 영향을 줬다.
그간 민주당은 모든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편투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확대되면 대규모 중복투표나 조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양측의 입장 대립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체로 우편투표에 더 적극적이어서 우편투표가 확대될수록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일반적 견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일부 경합주는 우편투표 처리를 선거 당일이나 하루 전부터 할 수 있도록 해, 개표 초반에 현장투표가 대거 집계에 반영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우편투표도 반영된다는 점이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 득표율이 높게 나오다가 점차 바이든 후보가 따라잡거나 뒤집는 '붉은 신기루'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우세한 선거 당일 조기 승리 선언을 하고 이후 우편투표가 반영된 개표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는 현재 그대로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가까워지자 이날 백악관에서 긴급 회견을 열고 "합법적 투표만 집계하면 내가 쉽게 이긴다"며 사실상 자신이 질 경우 불복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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