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치료제·항균제·응급해독제 등 경제성 평가 면제 포함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이른바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 감염에 쓰는 항균제 신약이 도입될 길이 열렸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경제성 평가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는 약제에 항균제와 결핵치료제, 응급해독제를 추가하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최종 고시하고 업계에 공유했다.
이로써 경제성 평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약제 범위가 기존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에서 항균제, 결핵치료제, 응급해독제까지 확대됐다.
이번 조치는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기는 어렵지만 보험 급여의 필요성이 있는 의약품에는 경제성 평가를 면제해야 한다는 의료계 안팎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올해 3월 항생제, 결핵치료제, 응급해독제의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을 취지로 하는 개정안을 사전 예고한 뒤 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달 확정했다.
다만 기존에 예고된 '항생제'는 최종 개정안에서 '항균제'로 바뀌었다. 의학적 개념에서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균제, 진균 감염을 치료하는 항진균제, 바이러스 등 미생물을 포괄해 치료하는 항미생물제제로 나뉘므로 경제성 평가 면제 대상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애초 알려졌던 것보다 범위가 축소됐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대체로 첫발을 뗐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항균제는 세균 감염 등으로 인해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의약품과 달리 임상 단계에서부터 '우월성'이 아닌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방식의 연구를 수행한다. 이 때문에 항균제 신약은 기존 약제 대비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가 어렵고 경제성 평가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항균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성 평가 대상으로 삼는 바람에 국내에 신약이 진입하기가 어려웠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대한항균요법학회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된 항생제 신약 중 국내에는 동아에스티[170900]의 '시벡스트로'와 다국적제약사 MSD의 '저박사'만 도입됐다. 그나마도 시벡스트로는 동아에스티가 출시를 미루다 아예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저박사는 건강보험 급여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해 환자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 다제내성균 중 하나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 감염증 환자는 지난해에만 1만5천369명이 보고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균제 신약은 중증 감염자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이번 경제성평가 면제 대상 약제 확대 시행은 그동안 경제성 평가에 어려움을 겪어왔던 신규 항균제의 적정한 가치를 반영하고, 진료 현장에서 필요한 약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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