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국제개발처 부처장 '금요일 늦은 오후'의 해임…에너지규제위 위원장도 교체
트럼프 '묻지마 인사' 불복통치 돌입했나…"불복에 행정권 이용, 트럼피즘 유지 전략"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 공공기관 고위 관리를 기습적으로 해임,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11·3 대선에서 패색이 짙은 가운데서도 인사권의 칼을 적극 휘두르는 것으로, 대선 불복 움직임과 맞물려 남은 기간 '눈엣가시'들에 대한 보복성 물갈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보니 글릭 국제개발처(USAID) 부처장을 전격 해임하고 존 바사 처장대행을 부처장 대행에 임명했다.
글릭 부처장은 금요일인 이날 오후 2시45분께 같은 날 오후 5시까지 그만두라는 통지를 받았으며 이에 거부하자 당장 나가라는 통보를 다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바사 처장대행은 법령에 따라 이날 대행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부처장 대행으로서 USAID를 계속 이끌게 됐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한 뒤에 나와 주목된다.
정치정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사, 행정권 등 현직 대통령의 프리미엄을 불복에 적극 이용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는 부정선거 주장을 앞세워 소송전을 이어가면서 다른 한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력누수를 막겠다는 심산으로 관측되고 있다.
폴리티코는 '대선 후 통치'가 고위관리 해임과 함께 시작될 것이라며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 등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겪은 인물들을 표적으로 주목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USAID 인사를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전략과 연계하며 악영향을 우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후 숙청이 시작됐다"며 글릭 부처장 경질은 충성도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고위관리에 대한 축출 작업의 첫 사례라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통상적인 예의는 계속 저버리겠다는 의도"라며 "이기든지 지든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자신의 정책, 자신이 임명한 이들에 대한 인사를 우격다짐 식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CNN방송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글릭 부처장의 해임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간에 정권 인수인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AID는 대외 원조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미국 정부가 비축한 개발차관 기금을 개발도상국에 대출하는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닐 채터지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 위원장도 강등시키고 동료 위원인 제임스 댄리를 위원장에 임명했다.
채터지 위원장은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와 달리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포용했다.
최근에 그는 탄소배출권의 가격책정을 지지해 신재생 에너지가 전력 도매시장에서 더 쉽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채터지 위원장은 "왜 강등됐는지 모른다"며 최근 에너지규제위 정책이 그 이유라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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