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지소굴' 비하와 대조적인 기조 예상…획기적 정책변화는 없을 듯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아프리카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유세 기간 이른바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이산민)를 위한 바이든-해리스 아젠다'라는 공약 문건에서 미-아프리카 정책과 관련, 상호 존중의 관계를 새롭게 하겠다고 약속했다.해리스는 미국 사상 첫 흑인 여성 부통령이 되는 카멀라 해리스 상원 의원을 가리킨다.
그러면서 "대륙에서 민주주의 기관을 지원하는 우리의 헌신을 재확인하는 대담한 전략"을 언급했다.
이는 다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의 미국 입국을 반대하면서 아프리카를 '거지 소굴'로 비하한 바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서아프리카 등에서 미군 철수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바이든 캠프는 "아프리카 정부들과 아프리카연합(AU) 등 역내 기관들과 외교관계를 복원하고 다시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도입했던 '젊은 아프리카 지도자 이니셔티브'를 지속해 아프리카의 역동적인 청년 지도자들과 교류하는 데 더 깊이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관 그룹 내에도 다양성을 추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당장 획기적인 아프리카 정책 변화를 도모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외교협회(CFR)는 지난 5일 블로그 포스트 글에서 "미국과 아프리카 관계 변화는 기조에 있어서 변화"라면서 "더이상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깎아내리는 트윗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캠프 문건은 미국의 아프리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평가했다.
CFR은 이 문건이 대선기간 미국 내 아프리카 출신 디아스포라라는 실제적 혹은 잠재적 유권자를 겨냥한 것으로 짧고 압축적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캠페인은 과장된 약속을 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미국 연방 정부가 아프리카 원조와 개발에 대한 지출을 늘리겠다는 언급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미국이 아프리카의 안보 과제에 대한 개입을 더 심화하겠다는 말도 없다는 것이다.
CFR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장관,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 미 국제개발처(USAID) 처장 등을 누구로 임명하는가에 따라서 아프리카 정책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6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는 대선 캠페인에서 두드러진 이슈가 아니었지만, 이번 대선 결과가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에 중요한 함의를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CSIS는 아프리카 언론인, 시민사회 활동가, 사고 지도자들이 이번 미 대선 개표가 막판까지 막상막하로 전개된 것과 관련해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의 주요 분석가들은 인권과 기후변화, 반인종주의, 성평등을 우선시하지 않는 지도자(트럼프)에 대해 이렇게 많은 미국인이 지지한 데 대해 충격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주간지 '메일앤가디언'(M&G)은 최신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거됐다고 해서 제국주의와 백인우월주의 등 미국의 구조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미국 제일주의'가 끝날 수 있고, 인종차별주의적이며 반지성주의적인 미국 대통령을 견뎌야 했던 4년의 시기가 드디어 종료된 것은 환영할 만한 변화라고 덧붙였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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