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러시아 혐오주의 증대, 우크라 분쟁 악화, 서방 대러 제재 강화 예상"
친서방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의 우호 관계 더 강화될 것" 축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유철종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의회는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 소식에 대해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바이든은 버락 오마바 정권에서 대러 제재 정책에 참여했던 인물로 그의 집권 이후 양국 관계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슬루츠키는 "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정권의 부통령으로 다양한 제재를 통한 새로운 러시아 억제 정책을 가동했던 인물"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 정치인 가운데 누군가가 미국 대선 결과(바이든 승리)에 대해 박수를 칠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어떤 미국 대통령과도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의회 분야를 포함한 양자 관계 정상화는 여전히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아직 새로운 '(관계) 재가동'에 대해 얘기할 순 없지만 우선 세계보건, 전략적 안정성, 군비 통제, 사이버 안보, 평화적 우주 등의 분야에서라도 건설적 협력을 위한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다수의 전문가는 바이든이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이란과의 핵합의 등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면서 그가 미국의 대외 정책에 건설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러시아 상원 외교위윈회 위원장 콘스탄틴 코사체프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 후보 승리를 전한 미국 언론 보도에 "확실하고 설득력 있는 승자는 없다. 미국의 미래에 대한 상반되는 사회적 견해들과 분열이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더라도 미국이 자신을 지지했다고 말할 도덕적 권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사체프는 또 "민주당 승리로 전 세계에서 모든 비(非)보수적인 세력의 복귀가 예상된다"면서 "이는 유럽 내 러시아 혐오주의 증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포함한 분쟁 지역에서의 더 많은 죽음, 정치적 동기의 제재 확대 등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권에서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가 커지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과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군 간 교전이 격화하며, 서방의 대러 제재가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었다.
코사체프는 그러면서도 "한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논란이 미국 내 정치 의제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라면서 러시아의 '사이버 범죄' 논란이 사라지면 미-러 양국 간의 핵심적 불화 요인이 사라지는 것이고 그러면 양국이 군비 통제 같은 다른 의제 논의로 이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국제문제위원회(RIAC) 위원장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이번 선거는 미국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시험이었으며 그것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했다"고 진단했다.
한편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젤렌스키는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부통령 후보)에게 축하를 보낸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안보, 통상, 투자, 민주주의, 부패와의 전쟁 등의 분야에서 항상 협력해 왔다. 우리의 우호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도 바이든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 그의 당선을 축하하고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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