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승리] 흑인 인권단체도 환영…트럼프 '48% 득표'엔 우려

입력 2020-11-08 09:34   수정 2020-11-08 09:42

[바이든 승리] 흑인 인권단체도 환영…트럼프 '48% 득표'엔 우려
조지 플로이드 사건·팬데믹으로 주요 의제로 떠오른 인종차별
흑인 열에 아홉 바이든 지지…최초 흑인 부통령 해리스도 환영
"트럼프 지지자 대다수가 그의 인종차별적 시각에 동의"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소식에 미국의 흑인 인권단체들은 환영하면서 새 정부에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인종차별적 언행을 일삼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현실에 우려를 드러냈다고 A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종차별은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였다.
올해 여름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가혹하게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벌어지며 제도적 인종차별이 주요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피해자 중 흑인 비율이 특히 높게 나타난 점도 인종차별에 대한 미국인들의 경각심을 높였다.
바이든 후보는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흑인·아시아계 혼혈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정하며 흑인 표심에 호소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를 군경을 동원해 진압하며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재임 기간 내내 흑인에 대한 각종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결과 이번 대선에서 흑인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AP통신이 전국 유권자 약 11만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10명 중 9명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는 "바이든의 당선은 변화의 시작일 뿐"이라면서 하나의 정부가 선출됐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 사회에서 빈곤, 인종차별과 폭력을 뿌리 뽑고 싶어 하셨고 이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면서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지속해서 도전받고 행동하도록 압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마사 존스 역사학 교수는 특히 해리스 후보의 부통령 당선에 주목하며 "흑인, 특히 흑인 여성들이 미국 정치에서 새로운 위치에 도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 못지않게 많이 득표한 점을 우려했다. CNN방송 집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천만 표 이상을 받아 47.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듀크대의 애슐리 자디나 정치과학 교수는 다수 백인은 인종차별 문제를 외면하는 것을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고 지적했다.
니나 터너 전 오하이오주지사는 "단순히 트럼프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만명의 문제"라며 "백인 진보주의자들은 트럼프 한 명을 비난하는 게 편하겠지만, 트럼프는 그저 이 나라의 현실을 반영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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