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아픈손가락 헌터의 등장…'권력전면' 트럼프 자녀와 다른길 갈듯

입력 2020-11-08 16:00   수정 2020-11-08 22:02

[바이든 당선] 아픈손가락 헌터의 등장…'권력전면' 트럼프 자녀와 다른길 갈듯
승리연설 무대서 부친 바이든과 포옹…'정권 부담될라' 당분간 대외행보 자제 가능성
축제 배경음악으로 다시 소환된 '분신' 장남 보의 기억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의 당선으로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혹' 연루를 비롯, 헌터는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진영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되는 등 아버지 바이든 당선인에게 부담이 되는 존재였다. 따라서 행정부 기간 내내 실세로 전면에 나서 권력을 휘두른 트럼프의 자녀들과는 다른 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헌터는 아버지 바이든 당선인의 7일밤(현지시간) 승리 연설 무대에 등장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친의 수락연설에 앞서 화상으로 찬조연설을 한 것을 끝으로 거의 공개석상에 사라졌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 연설을 하던 중 가족에게 감사를 표하며 헌터도 언급했다.
이후 부인 질 여사 등과 함께 헌터가 무대 위로 올라와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했다. 부자는 따뜻한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대선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녀들이 아버지의 당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과 달리 헌터는 선거 관련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바이든 캠프에서도 헌터에 대해서는 좀처럼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가 이사로 있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업체 부리스마에 대한 현지 검찰 수사를 바이든 당선인이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선 내내 바이든 측을 공격했다.
걸핏하면 '헌터 나오라'며 공세를 폈고, 특히 대선을 3주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뉴욕포스트가 이런 의혹을 부채질하는 보도를 내놓자 '스모킹건'이라며 대대적인 쟁점화에 나섰다.



이에 더해 헌터의 이메일이 들어있었다는 노트북에 헌터가 마약을 흡입하며 성행위를 하는 동영상이 담겨 있다는 보도마저 나오며 바이든의 발목을 잡는 듯 했다.
헌터는 이 외에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해군 예비군에서 불명예 전역하는 등 바이든 후보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7년에는 그보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형 보의 아내와 연인관계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 9월말 1차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 헌터에 대해 '코카인을 쓰다가 군에서 쫓겨나지 않았느냐'며 공격하자 "많은 이들처럼 내 아들은 마약 문제가 있다. 그는 고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내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변함없는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헌터 바이든은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 출범한 뒤 백악관 입성 등을 통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외부 노출을 자제한 채 당분간 로키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나란히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지내며 '문고리' 정권 실세로 등극하고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 트럼프 등도 트윗 등을 통해 활발한 정치활동을 편 것과는 대조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날 승리 연설 무대에선 2015년 뇌암으로 숨진 장남 보의 기억도 '소환'됐다.
당선 축하 불꽃이 하늘에 터질 때 보가 생전 좋아했던 밴드 콜드플레이의 '별이 가득한 하늘'(Sky Full of Stars)이 흘러나온 것이다.
이 노래는 바이든이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한 후에도 틀어졌다.
CNN은 이날 이 음악이 울려퍼진 것에 대해 "불꽃이 하늘을 수놓는 동안, 보 바이든이 아버지의 오늘 승리에 중대한 역할을 한 사실을 상기시켜줬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 영혼'이라고 부르며 '분신'처럼 각별히 아꼈던 보는 여러모로 동생 헌터와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그는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을 지내는 등 생전에 아버지의 정치적 후계자로 꼽히는가 하면 카멀라 해리스 당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과도 각별한 우정을 나눴다.
장남 보와 해리스의 인연은 실제 해리스 당선인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낙점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바이든 당선인이 직접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에게 있어 두 아들은 아픈 가정사와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의원 당선 한달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첫 아내 닐리아 헌터와 13개월짜리 딸 나오미를 잃었고, 함께 차에 타 있던 두 아들 보와 헌터는 크게 다쳐 입원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당시 충격으로 의원직 사임까지 고려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이듬해 아들들이 입원한 병실에서 취임 선서를 한 일화는 유명하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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