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이 매년 성대하게 치러온 제1차,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추모행사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11월 11일 영령기념일을 앞둔 일요일인 8일(현지시간) 열린 전사자 추도식에는 왕실 일가와 전·현직 총리, 참전 용사 30여명만 참석했다고 BBC 방송, AFP 통신 등이 전했다.
행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인근 발코니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 시작을 알린 시간인 오전 11시에 맞춰 2분간 전장에서 숨진 영웅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군복을 차려입은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이 순서대로 기념비에 헌화했고, 보리스 존슨 총리 등이 그 뒤를 따랐다.
행사에는 앤 공주, 에드워드 왕자,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와 테리사 메이,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 존 메이저 등 전직 총리들도 자리했다.
찰스 왕세자는 "이 힘든 시기에 참전용사들이 지키기 위해 싸워온 자유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그들에게 진 빚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크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추모 행사 전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바이러스도 우리의 자유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평소라면 참전 용사들과 그 가족 등 1만여 명이 추모행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겠지만, 영국 잉글랜드 전역에 두 번째 봉쇄령이 내려진지라 추모행사는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고 TV와 인터넷으로 중계됐다.
올해 초 왕실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해리 왕자는 이날 추모행사에 자신의 화환을 놓아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선데이타임스는 10년간 군에서 복무해온 해리 왕자가 이번 일로 상심이 크다며, 이를 두고 해리 왕자와 왕실의 관계가 영원히 끊어졌다는 가장 명확한 징조라고 해석했다.
해리 왕자는 이날 팟캐스트에서 영령기념일은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라며 "경례를 할 때마다, 부동자세를 취할 때마다, 기념비에 화환을 놓을 때마다 참전용사들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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