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지도자는 규정 위반한 글 올려도 '공익' 명분 삭제 안해
퇴임하면 일반 사용자와 같이 취급…폭력선동 등 제재 예정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11·3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에 공식 취임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처럼 트위터를 통해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트위터 측에서 현직 대통령인 그에게 지금껏 제공해온 '무삭제' 특혜를 바이든 취임과 동시에 철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조 바이든 당선자가 취임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른 일반 사용자들과 같은 규정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폭력을 선동하거나 거짓 정보를 담은 글은 자사 규정에 따라 삭제 조처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국가 지도자, 선출직 공무원, 선거 후보일 경우 '공익'을 이유로 삭제하지 않는다.
그 대신 글 아래 경고 문구를 띄우거나, 해당 경고문을 클릭해야지 글이 보이게끔 가림 처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정책에 따라 지금까지 극우 음모론 관련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쳐도 트윗 글이 대중에 공개됐다.
트위터는 성명을 통해 "해당 정책은 현직 세계 지도자나 선거 후보에만 적용되고, 이런 직책을 더는 맡지 않게 돼 일반 시민이 되면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퇴임 이후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도 삭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계 입문 전부터 트위터를 열성적으로 이용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내내 트위터를 주요 발언 창구로 활용했다.
핵심 이슈에 대한 견해를 밝힐 때는 물론 정부 고위직 인사를 발표할 때도 트위터를 사용했다.
이런 이유로 한밤중에도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그의 트윗에 정부 당국자, 정치인, 기자 등 각계각층이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8천900만 명에 육박한다.
당초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음모론 수준의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거나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해도 가림 처리조차 하지 않아 비판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그가 우편 투표가 선거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리자 '팩트체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경고 딱지를 처음으로 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등 정보기술(IT) 플랫폼에 대한 면책 조치를 축소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하지만 트위터는 외려 제재를 점차 확대해, 대선 당일인 지난 3일 이후에는 그가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트윗을 올릴 때마다 경고 딱지를 붙이거나 가림 처리하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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