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1.1% 유지…"백신 개발과 광범위한 보급은 다른 얘기"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개월 전보다 0.4%포인트 낮췄다.
KDI는 11일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내년 한국 경제가 3.1%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9월에 내놓은 전망치(3.5%)에서 0.4%포인트 내려 잡은 수치다.
이 같은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와 같고 국제통화기금(IMF)(2.9%)이나 한국은행(2.8%) 전망치보다는 높다. 국내 민간연구소들 전망치는 대체로 2%대 후반을 예상한다.
KDI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경제가 코로나19 사태 여파를 벗어나는 것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2차 유행하면서 생각보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면서 "장기화 시나리오에 조금 더 가까워져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KDI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향후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이 제한된 수준에서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 민간소비는 2.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3%(전망치)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 9월에 내놓은 내년 전망치인 2.7%를 하향 조정한 수치다.
이런 전망은 제조업 회복에도 서비스업의 위축으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현 상황의 지속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은 노동시장을 위축시키고 저물가 현상을 만들어낸다.
KDI의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0.7%로 1%에 미치지 못한다. 유가 상승에도 기대인플레이션과 수요 압력이 낮아 생기는 결과다.
설비투자는 4.7%, 건설투자는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수출은 3.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역시 9월에 예상했던 내년 전망치(3.4%)보다 낮다.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세계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출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년 취업자 수는 연간으로 10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4.1%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579억 달러(약 65조원) 흑자를 예측했다.
KDI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 극심한 경기침체에서 서서히 회복된다는 전제로 한국 경제를 전망했다.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45달러 내외,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 가치는 2021년에 2% 내외 절상된다는 조건을 입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정 연구위원은 "당선자의 공약은 경제에 대해 상하방 요인이 동시에 있다"면서 "대(對) 중국 정책은 소폭 수정되겠지만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선 "백신 개발과 광범위한 보급은 다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치료제와 백신이 조기에 광범위하게 보급된다면 서비스업 부진이 완화되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유지했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기존 예상보다는 빠른 측면이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2차 확산까지 감안하면 기존 전망을 수정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안의 성장률 제고 효과는 0.5%포인트로 봤다. 추경이 없었다면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KDI는 이런 전망을 토대로 당분간 확장적인 거시정책으로 경기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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