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후 세번째 대통령 취임…탄핵 반대 시위대, 경찰과 충돌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의회에서 탄핵당한 후 마누엘 메리노(59) 국회의장이 10일(현지시간)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중도 우파 국민행동당 소속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과 의회 선거 일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선 이후 내년 7월까지 비스카라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전날 페루 국회는 비스카라에 대한 탄핵안을 찬성 105표, 반대 19표, 기권 4표로 통과시켰다.
비스카라 전 대통령이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천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문제 삼아 대통령 탄핵을 시도했으나 그때는 정족수 87표에 한참 못 미치는 32표의 찬성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이로써 페루는 4년 4개월 만에 세 번째 대통령이 취임하게 됐다.
2016년 7월 취임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은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관련 비리 연루 의혹으로 의회가 탄핵을 시도하자 2018년 3월 표결 직전에 스스로 물러났다.
당시 부통령이던 비스카라가 대통령직을 승계해 잔여 임기를 채우고 있었는데, 그마저 중도 낙마하게 된 것이다.
쿠친스키와 비스카라 전 대통령 모두 의회에 지지기반이 없어 줄곧 의회와 갈등 관계였다.
부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비스카라는 의회 결정 직후 대통령궁을 떠났다.
곧바로 임시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페루의 정국 혼란은 불가피하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의회의 탄핵안 가결 후 수도 리마를 비롯한 페루 곳곳에서는 의회를 규탄하고 비스카라의 복귀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동원하기도 했다.
반부패 개혁을 추진해온 비스카라 전 대통령은 의회보다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탄핵 전 여론조사에서도 80% 가까운 국민이 탄핵에 반대했다.
리마 택시기사 파울 멘도사는 AP통신에 "이건 쿠데타"라며 "이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페루 정치 전문가인 스티브 레비츠키 미 하버드대 교수는 AP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대한 사유도 없이 대통령을 내쫓고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국 불확실성은 페루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페루 솔 가치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고, 주식시장도 4% 넘는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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