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인력 제시 '프린키피아' "널리 읽히고 이해도도 높아"

입력 2020-11-11 16:17  

만유인력 제시 '프린키피아' "널리 읽히고 이해도도 높아"
1687년 출판 초판본 약 200권 소재 새로 확인…여백 메모 등 분석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영국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고전 역학의 바탕이 돼 온 뉴턴의 운동 법칙과 만유인력의 원리를 제시한 '프린키피아'(Principia) 초판본이 200권 가까이 새로 확인됐다.
지난 1687년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프린키피아라는 약칭으로 불려온 이 책은 지상의 물체와 천체에 작용하는 운동 법칙이 다르다는 생각을 극복하고 "지상과 천상 세계를 하나의 법칙 아래 통합해"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명저 중 하나로 꼽혀 왔다.
1950년대 조사 때 초판본은 187권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조사에서 총 386권의 소재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에 따르면 이 대학 과학사·인류사 교수 모르데차이 페인골드 박사와 그의 옛 제자인 독일 만하임대학의 안드레이 스보렌치크 박사는 프린키피아 초판본을 10년 이상 추적, 연구한 결과를 학술지 '과학 기록'(Annals of Science)을 통해 10일 발표했다.
이들은 프린키피아 초판본의 소재 확인을 넘어 책 주인 표시와 책의 여백에 적힌 메모나 각주, 관련 서신이나 서류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를 통해 프린키피아가 소수의 전문 수학자만 관심을 갖고 읽었으며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당초 추정과 달리 널리 읽혔으며, 이전에 여겨지던 것보다 독자들 사이에서 더 많이 이해됐다고 지적했다.
페인골드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책과 책에 담긴 내용의 전파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더 개방돼 있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슬로바키아 출신인 스보렌치크가 페인골드 교수의 과학사 강의 학기 말 과제물로 1950년 조사 때 누락된 중부 유럽의 프린키피아 초판본 소재를 파악해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중부 유럽은 공산화로 '철의 장막'이 쳐지면서 프린키피아 초판본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예상외로 많은 초판본이 새로 확인되자 페인골드 교수의 제안으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페인골드 교수와 스보렌치크 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27개국에서 개인과 공공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프린키피아 초판본 199권을 새로 확인했다. 이 중에는 도둑 맞거나 분실된 뒤 헌책방에서 발견된 것도 포함돼 있다.
독일의 한 도서관에서 반세기 전에 도둑맞은 프린키피아 초판본이 이탈리아의 한 책방에서 발견돼 도서관 측에 알려줬지만 이를 되살지 강제 환수 절차를 밟을지 결정을 못하고 주저하다 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린키피아 초판본은 크리스티나 소더비와 같은 공식 경매나 암시장에서 30만~300만달러(3억3천300만~33억3천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페인골드 교수팀은 프린키피아 초판본이 약 600권, 많게는 최대 750권이 인쇄됐으며, 아직도 200권 가까이가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채 민간이나 공공기관 소장품으로 남아있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eomn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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