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거래해온 인텔 칩 대신 독자 개발한 'M1' 탑재한 노트북·랩톱 공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애플이 자사 노트북과 데스크톱 PC에도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쓰겠다며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애플은 10일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첫 독자 설계 컴퓨터용 시스템온칩(SoC, 여러 기능을 가진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 'M1'을 탑재한 새 노트북과 데스크톱 PC를 발표했다.
애플은 1984년부터 독자 운영체제(OS) 맥OS를 탑재한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어왔지만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프로세서는 직접 생산하지 않았다.
애플은 2006년부터 인텔로부터 이 칩을 공급받아 데스크톱·노트북 제품군인 맥에 써왔는데 이를 M1으로 교체한 것이다.
애플은 우선 엔트리급 제품군인 맥북에어와 13인치 맥북프로, 맥 미니 등 3개 제품을 이번에 선보였지만 앞으로 2년에 걸쳐 모든 맥 제품군의 칩을 자체 설계한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WSJ은 11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애플 최대의 칩 도박'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핵심 부품을 자체 생산한 제품으로 쓰는 것은 애플의 영업이익률을 증대시킬 것"이라며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모든 맥 제품군이 애플 실리콘 칩으로 전환할 경우 주당순이익이 1.5%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10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A 시리즈 프로세서 등을 생산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CNBC는 애플의 이번 움직임이 핵심 기술을 모두 내재화하려는 전략의 산물이라고 풀이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의 이면에 있는 주요 기술을 소유하고 제어하려는 장기 전략이 있다"고 자주 발언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컴퓨터 제조업체로서 컴퓨터를 돌리는 프로세서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거의 없다.
시장조사 업체 'CCS 인사이트'의 웨인 램은 "이제 컴퓨터에서 그들은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 마우스의 움직임까지 모든 것을 보유하고 있다"며 "따라서 고도로 통합돼 있다"고 말했다.
애플 실리콘을 위탁 생산해온 대만의 TSMC가 반도체 제조 공정을 최첨단 기술인 5나노미터(㎚)로 전환하며 인텔을 앞지른 것도 계기가 된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인텔은 최첨단 칩들은 여전히 10나노 공정으로 생산되면서 7나노 공정으로도 전환하지 못한 상황이다.
5나노, 7나노 등의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선폭 규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숫자가 낮을수록 더 얇은 공간에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미세공정이 고도화할수록 반도체 칩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똑같은 크기의 칩을 더 고성능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서 전력 소모까지 줄어 트레이드오프(상쇄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WSJ은 그러나 애플에 여전히 도전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처음 자체 설계한 스마트폰 프로세서를 만들기 시작한 2010년만 해도 아직 스마트폰 프로세서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았고 따라서 비교 대상이 별로 없었다.
반면 PC 시장은 중앙처리장치(CPU)의 절대 강자 인텔이나 그 경쟁사인 AMD 등이 이미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애플이 내놓은 M1은 영국의 반도체 설계사 ARM이 설계한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ARM은 전력 효율이 좋아 스마트폰에 적합한 프로세서는 잘 만들지만 전력 소모와 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PC 시장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WSJ은 전했다.
애플은 10일 행사에서 M1의 성능이 기존의 PC와 견줘 얼마나 뛰어난지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당했다. 이런 주장이 맞는지는 오직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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