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줄사퇴 속 육군대령 맥그리거, 장관대행 선임 보좌관 임명
과거 한반도 전작권 이양 주장도…아프간 등 중동 철군 시간표 앞당겨지나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움직임 속에 국방부 고위 관료들의 줄사퇴가 잇따르는 가운데 트럼프 '충성파'들이 빈 자리를 속속 채워나가고 있다.
특히 해외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인사가 장관 대행 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아프가니스탄 등 해외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악시오스에 보낸 성명에서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의 선임 보좌관으로 더글러스 맥그리거 전 육군 대령이 임명됐다고 확인하면서 "대통령이 계속해서 국가 안보 우선 사항들을 이행하는 데 있어 수십년 간의 그의 군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감축을 밀어붙이던 무렵인 지난 7월 공석인 주독일 미 대사로 지명되기도 했던 맥그리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충신'으로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해설자로도 종종 활동했다.
그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작전을 비롯해 육군 지도부의 정책 결정에 종종 의문을 표시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주둔 미군 철수 또는 감축 주장에 힘을 실어 왔던 대표적 인물이기도 하다.
맥그리거는 지난해 폭스뉴스 앵커 터커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미 대사관을 철수시키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한 빨리 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에게 조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에서도 미국이 취할 국익이 없어 즉시 철군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고, 주한미군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서도 "한반도의 작전통제권을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인들에게 넘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그는 무슬림과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초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아 왔다.
무슬림 이민자들이 "유럽을 이슬람 국가로 만들 목적으로 유럽으로 오고 있다"거나 독일이 "무슬림 침략자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는 이민자 행렬을 막기 위해 국경에서 계엄령을 시행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국경을 넘는 자들을 총으로 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16년에 쓴 블로그 글에선 "미국 국경을 넘으려 했던 중미와 멕시코인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다시 (자신들 나라로) 돌아가게 돼 다행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된다면, (이민자) 유입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미군 조직 내에서도 종종 비판의 대상이었으며 이 때문에 에스퍼 전 장관이 올초 존 루드 정책담당 차관이 해임됐을 당시 후임으로 그의 이름이 거론되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당시 루드 차관 후임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인물이 더글러스와 육군 준장 출신인 앤서니 테이타였다. 둘 중 테이타가 후임으로 최종 지명됐지만, 과거 그의 언사가 구설에 오르면서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이자 전 폭스뉴스 해설자인 테이타는 10일 사임한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 후임으로 또다시 낙점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에스퍼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한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앤더슨 차관 직무대행, 조셉 커넌 정보담당 차관, 에스퍼 장관의 비서실장인 젠 스튜어트 등이 줄줄이 사임했다.
악시오스는 이들의 빈 자리를 트럼프 충성파들이 채우고 있다면서 특히 더글러스의 임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20일 백악관을 떠나기 전까지 남은 70일간 미군 조기 철군 계획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2016년 대선 당시 미군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미군 철군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트위터에서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복무하고 있는 장병들을 크리스마스까지 집(미국)으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올해 안에 모두 복귀시키겠다는 것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철군 시간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기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이 지난 2월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과 체결한 평화 합의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간 주둔 미군을 단계적으로 축소, 내년 5월까지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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