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64개 기업집단 내부거래 분석 "규제 사각지대 해소해야"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이 지난해 150조원 넘게 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총수일가 2세의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4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이들 그룹의 지난해 내부거래를 분석했다.
◇ 64개 대기업집단 작년 내부거래 197조…매출액의 12.2%
64개 그룹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1조1천억원 줄어든 196조7천억원이었다. 내부거래액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2%로 한 해 전과 같았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37.3%), SK(26.0%), 태영(21.4%) 순이었다. 내부거래액은 SK(41조7천억원)가 가장 컸으며 현대자동차(37조3천억원), 삼성(25조9천억원)이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은 생산과 판매업체 분리로 내부거래가 많았다. 현대차와 SK, 삼성은 수직계열화가 주된 요인이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한국GM(8.5%포인트), SM(2.2%포인트), 이랜드(2.0%포인트) 순이었다. 증가액으로 보면 현대자동차(4조2천억원)가 가장 많았고 삼성(9천억원), 한국GM(8천억원)이 뒤따랐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현대차·SK·LG·롯데·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150조5천억원이었다. 규모는 전년 대비 3조원 줄었으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13.9%)보다 올라간 14.1%였다.
공정위는 또 총수 2세의 지분이 많을수록 내부거래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총수 2세 지분이 20% 이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1%로 20% 미만 회사(12.3%)보다 높고, 분석대상 회사 전체(12.2%)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총수2세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자금을 확보하는 등, 승계작업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규제 '경계선'에 놓인 회사, 내부거래 비중 매우 높아"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176개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1.9%로 한 해 전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금액은 1천억원 줄어든 8조8천억원이었다.
특히 총수 있는 10대 집단에 속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21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23.6%로 10대 집단 미만 소속(6.6%)의 3배를 넘었고, 거래액도 5조4천억원으로 10대 미만 집단 소속(3조2천억원)보다 컸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경계선'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고 봤다.
총수일가 지분이 29% 이상 30% 미만이라 아슬아슬하게 사익편취 규제대상 밖에 놓인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5개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3.1%에 달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와 그 자회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등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올라가지 않은 회사의 내부거래도 많았다.
공정위가 이런 회사 343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내부거래액은 총 26조5천억원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오른 회사(8조8천억원) 보다 훨씬 컸다.
사각지대에 속한 343곳은 내부거래의 95.3%를 수의계약 형태로 맺었다.
성 과장은 "사익편취 규제의 '경계선' 주변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현격히 높게 나타나는 등 규제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국회에 제출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사익편취 사각지대를 조속히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내부거래 대부분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우선 물류 분야에서 일감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자율준수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j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