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영사관, '네바다 전초 전투' 참전용사 초청 행사 개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미국의 노신사가 벅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며 67년 전 낯선 한국 땅에서 치렀던 한국전쟁의 기억을 떠올렸다.
11일(현지시간)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이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맞아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개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오찬 자리에서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된 '네바다 전초 전투'(Nevada Outpost Battle, 1953.3.28∼30) 참전 용사 등 모두 11명이 참석했다.
네바다 전초 전투는 한국전쟁 휴전 직전 미 해병대 제1사단 제5해병연대가 중공군 102사단의 공격에 맞서 판문점 동북쪽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 매향리 전초 기지를 사수해낸 것을 말한다.
제5해병연대는 네바다에서 파견된 병사들로 구성됐고, 이들이 당시 피를 흘리며 베가스·리노·카슨 전초 기지를 지켜내 네바다 전초 전투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 한 고지를 잃으면 모든 고지를 다 내줘야 할 정도로 양측은 사력을 다해서 싸웠고, 미 해병대는 결국 전투에서 승리해 서울의 관문인 장남면 고랑포 축선을 방어해내고 정전협정을 유리하게 이끄는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전용사 빌 배트맨 씨는 "미국인으로서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치열했던 전투를 회고했고, 톰 윌리엄스 씨는 "한국전이 잊힌 전쟁이 아니라 승리한 전쟁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참전용사는 한국 전쟁에서 쓰러져간 무명의 병사들을 기리는 시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독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참전용사들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일어선 한국에 대한 각별한 소회도 전했다.
마빈 리드 씨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발전상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참전용사들을 기억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33개월간 북한군 포로 생활을 하며 고초를 겪었던 에드워드 스미스 씨는 "아내가 한국 김치를 좋아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박경재 총영사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 뒤 한국 정부가 수여하는 평화의 사도 메달을 참전용사들에게 헌정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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