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IPO전격중단·반독점 규제 이어 금융당국자 발언
홍콩 매체 "고삐 풀린 핀테크 산업에 제한을 가한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거대 IT기업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美團) 등의 몸집이 너무 커져버려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오기 전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에 대한 옥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량타오(梁濤) 부주석은 핀테크 기업들도 은행과 동등한 규제를 받아야한다고 밝혔다.
량 부주석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핀테크는 금융서비스의 효율성을 증진시켰지만 근본적으로 금융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했다"면서 "이에 핀테크의 금융활동은 (은행과) 같은 포괄적 규제를 받아야한다"고 말했다.
SCMP는 "량 부주석의 발언은 중국 금융당국이 관련 규정 변화를 이유로 앤트그룹의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를 좌절시킨 후 나온 것으로, 당국이 세계 최대 핀테크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은 상하이·홍콩 증시 동시상장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3일 밤 IPO의 전격 연기를 발표해 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금융당국과 앤트그룹은 "규정 변화"를 내세웠지만 이는 당국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한 마윈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기술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들을 겨냥한 것으로, 민감한 고객 자료를 공유하거나 담합해 경쟁사를 몰아내고 보조금을 지급해 서비스를 원가 이하로 제공하는 행위는 반독점 행위로 규제 대상이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이 반독점 가이드라인 발표 후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그룹, 텐센트, 메이퇀, 징둥닷컴, 샤오미 등 중국 대표 IT기업 5개사의 시가총액이 이틀간의 주가 하락으로 2천600억달러(약 294조3천200억원)가량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금융당국 책임자가 핀테크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량 부주석은 중국 핀테크 사업이 여전히 전자화의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어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지나친 혁신으로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위험을 없애기 위해 감독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의 최근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고 SCMP는 전했다.
왕 부주석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에서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핀테크 서비스를 "발원지가 없는 물, 뿌리가 없는 나무"로 비유했다.
량 부주석은 금융의 전자화는 사이버 안전부터 데이터 보호까지 새로운 위험과 도전을 낳고 있으며, 특히 초기 사업자들이 독점적으로 영업을 하는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서비스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과 별도로, 시장의 질서와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특정 분야에서 불거지고 있는 시장 독점 문제에 대한 조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그동안 자국 인터넷 기업의 독점적 시장 관행을 알면서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해놓고 이제와서 반독점 규제방안을 발표한 것은 알리바바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그간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형 IT 기업이 새로운 사업체를 인수하는 등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는 것을 방치해 이들 기업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도록 해놓고 이 시점에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마윈 등에 대해 감독의 고삐를 조여야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SCMP는 "중국 금융당국이 잠재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고삐풀린 핀테크 산업에 제한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