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리듬 정상인 생쥐, 췌장 베타 세포 활발히 재생
생체 리듬 깨지면 재생 못 해…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의 피부나 간은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재생하는데 이를 '세포 재생(cell regeneration)'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췌장의 베타 세포를 재생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당뇨병이 생기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가 심하게 손상된다. 베타 세포를 재생할 수 있으면 당뇨병을 치료할 가능성도 열리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대(UNIGE) 연구진이 췌장 베타 세포의 재생과 생체 리듬의 연관성을 동물 실험에서 밝혀냈다.
24시간 주기의 생체 시계가 정상으로 작동해야 베타 세포가 재생된다는 게 요지다. 생체 시계가 고장 나면 베타 세포는 재생 능력을 상실했다.
연구팀은 또한 생체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유전자(BMAL1)도 발견했다.
관련 논문은 최근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가 발행하는 동료 심사 저널 '유전자와 발달(Gene and Development)'에 실렸다.
12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베타 세포가 20%만 남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새로이 분열하는 베타 세포 수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생체 시계가 고장나 생체 리듬에 이상이 생긴 실험군 생쥐는 베타세포 재생 능력이 결여돼 당뇨병 유사 증상이 심해졌다.
반대로 생체 리듬이 정상인 대조군은 베타 세포를 활발히 재생해 몇 주 만에 증상이 진정됐다.
재생하는 베타 세포는 생쥐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밤에 더 확연히 늘어났다.
생체 리듬이 깨진 생쥐는 BMAL1 유전자가 결핍돼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이 유전자의 코드로 생성되는 같은 이름의 단백질은, 생체 시계 기능에 핵심 역할을 하는 전사 인자로 작용했다.
췌장의 베타 세포가 재생하려면 이 유전자가 꼭 필요하다는 걸 시사한다.
하루 24시간 내내 전사체를 분석해 보니, 베타 세포의 분열 주기와 증식을 제어하는 유전자는 생체리듬에 맞춰 발현되기도 하고 발현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UNIGE 생체주기 내분비학 연구소의 그룹 리더인 하르나 디프너 박사는 "아마도 연구의 중심을 꼽는다면 BMAL1 유전자가 될 것"이라면서 "하나 베타 세포 재생에 필요한 게 제대로 기능하는 생체시계인지, 아니면 기능 범위가 생체시계를 넘어서는 BMAL1 유전자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췌장에서 글루카곤 호르몬을 생성하는 알파 세포도 생체 리듬의 영향을 받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생체 리듬을 잃어 베타 세포를 재생하지 못하는 생쥐도 혈중 글루카곤 수치는 아주 높게 나온다.
그러나 췌장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 생체시계 기제를 더 상세히 이해하면 장차 인간의 베타 세포 재생을 자극하는 길을 찾게 될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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