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대기하다 숨지는 환자도 속출…"의료시스템 붕괴 임박"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의료 체계 붕괴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남부 지역에서 한 남성이 병원 응급실 화장실에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거주지와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한 남성이 10일(현지시간) 남부 캄파니아주 주도인 나폴리의 카르다렐리병원 응급실 내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를 처음 발견한 응급실 직원은 이 남성이 화장실에서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것을 수상히 여겨 갔더니 세면대 아래 쓰러져 있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 중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SNS에는 당시 병원 직원들이 남성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 빠르게 퍼지면서 슬픔과 공분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장에서 이 영상을 촬영한 남성은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병원 화장실에서 숨진 환자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모든 시민의 생명과 건강권은 정부가 제일 먼저 챙겨야 할 최우선 가치"라며 "지역 당국이 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밀려들면서 병원 응급실은 물론 일반 병실까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1차 유행 때처럼 증상 정도 또는 연령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선별 치료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되풀이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시스템이 빈약한 남부지역의 의료 공백 위기는 당장 사망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나폴리와 인접한 도시 카스텔람마레 디 스타비아에서는 환자 4명이 병원 응급실에서 순번을 기다리다가 급히 코로나19 병동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일도 있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전문의·간호사협회는 11일 정부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진과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일선 의료 체계의 붕괴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11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3만2천961명, 누적은 102만8천424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누적 확진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일일 사망자 수도 623명으로 지난 4월 이후 최대다. 총사망자 수는 4만2천953명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많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