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앤틱, 실내 플레이 독려하고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도 펼쳐
흑인 사회에 기부도…"기업이 시민사회와 가치 공유하는 우수 사례"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창궐하면서 게임은 뜻하지 않게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코로나19에 거의 유일하게 타격이 우려됐던 게임 분야가 있다.
바로 '포켓몬고'처럼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플레이해야 하는 증강현실(AR) 게임이다.
2016년 출시한 모바일 AR게임 포켓몬고는 하나의 게임을 넘어서 문화 현상이 될 정도로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다.
구글 사내 벤처 출신의 미국 게임사 나이앤틱이 개발한 이 게임은 이용자가 실제로 걸어 다니면서 화면에 나타나는 포켓몬을 수집하고 다른 이용자와 대결하는 게임이다.
한국에는 정식 출시하기 전에 속초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속초행 버스표가 동날 정도로 관광객이 잇따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포켓몬고 때문에 스마트폰용 충전기, 자외선 차단 화장품, 주먹밥·빵 등 간편식 매출이 덩달아 올라 '포케모노믹스(포켓몬+이코노믹스) 경제 효과'라는 말도 나왔다.
포켓몬고는 발매 후 첫 6개월 만에 약 1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가장 성공한 모바일게임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포켓몬고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팬데믹이 심각해지자 미국의 여러 주와 유럽 주요국이 아예 '록다운'(전면 봉쇄) 조처를 내렸고, 포켓몬고 이용자는 급감했다.
이에 나이앤틱은 회사의 모토인 '걸어서 떠나는 모험'(Adventure on foot)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나이앤틱은 4월 중순 포켓스톱(포켓몬이 출몰하는 지점)과 체육관(사용자가 점령할 수 있는 포인트)의 상호작용 거리를 늘리는 등 사용자들이 집에서만 움직여도 포켓몬고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존 행키 나이앤틱 CEO는 고 페스트 간담회에서 "포켓몬고를 집에서도 즐기게 한 것은 단순한 응급조처가 아니었다"면서 "포켓몬고가 코로나라는 공동의 위험에 다 같이 대처하는 방안이 됐으면 했다"고 밝혔다.
그는 "포켓몬고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사회와 교류할 수 있었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라고도 말했다.
행키 CEO의 말처럼, 나이앤틱은 사람들이 지역을 실제 걸어 다니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답게 지역 사회와 함께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나이앤틱은 올해 하반기 들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로컬 비즈니스 리커버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자신이 아끼는 동네 음식점·빵집·서점·박물관 등을 나이앤틱에 제출하면, 나이앤틱이 몇 곳을 포켓스톱·체육관으로 지정해서 더 많은 이용자가 방문하도록 유도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올해 6∼7월 미국·일본·멕시코·캐나다·영국에서 진행됐다.
이용자들이 3만3천여곳을 추천했고, 나이앤틱이 1천곳을 선별해 포켓스톱·체육관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AR게임이 소상공인과 상생을 꾀한 성공적인 사회 공헌 및 프로모션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나이앤틱은 우리나라에도 로컬 비즈니스 리커버리 프로젝트를 도입할지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올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미국 흑인 사회와 연대하기 위해 1천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흑인 게이밍·AR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지원, 흑인 트랜스젠더 재단 기부, 사내 다양성·포용 교육 강화, 비(非)백인 채용 및 장학금 확대 등도 펼치기로 했다.
이처럼 나이앤틱은 올해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기업 활동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 되레 사회 전체를 생각하는 활동으로 경영을 확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 리포트에서 "나이앤틱은 기업이 지향하는 바를 게임을 통해 지역사회 및 시민과 공유하는 '공유가치 창출 기업'의 대표 사례"라고 분석했다.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기존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기업이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직원·협력업체·지역사회·시민·국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이익을 모두 생각해야 기업에도 이롭다는 경영 철학이다.
실제로 나이앤틱은 팬데믹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거라는 시장 우려와 달리 올해 펼친 사회적 활동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앱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포켓몬고는 올해 상반기에만 4억4천500만달러(약 5천300억원)의 추정 매출을 올렸다. 반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12% 늘어난 수치다.
포켓몬고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거둔 누적 매출은 36억달러(약 4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콘진원은 "게임을 향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나이앤틱의 행보는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게임 기업은 게임이 우리 사회와 더 많은 가치를 함께 공유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편집자 주 = 게임인은 게임과 사람(人), 게임 속(in) 이야기를 다루는 공간입니다. 게임이 현실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두루 다루겠습니다. 모바일·PC뿐 아니라 콘솔·인디 게임도 살피겠습니다. 게이머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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