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 담당자 이어 브렉시트 찬성 캠페인 측 인물 잇따라 축출
권력 투쟁에서 밀린 듯…총리 지지자들, 보수당 당원 중용 촉구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최측근이자 정부 '실세'로 여겨졌던 도미닉 커밍스(48) 총리 수석 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사임했다.
BBC 방송은 당초 연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 커밍스 보좌관이 이날 즉각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커밍스 보좌관은 이날 보리스 존슨 총리와 대화를 나눈 결과 지금 당장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커밍스 보좌관이 물품이 든 박스를 들고 총리실을 나서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밝혔다.
스카이 뉴스 역시 취재원을 인용해 커밍스 보좌관이 이날부로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후임에 사지드 자비드 전 재무장관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오전 현지 언론들은 일제히 커밍스 보좌관이 연내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실제 커밍스 보좌관은 BBC 방송에 "내가 사임하겠다고 (총리를) 위협했다는 루머는 조작된 것"이라면서도 "지난 1월 블로그 글을 쓴 뒤로 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해 사실상 연내 사임할 것임을 시사했다.
커밍스 보좌관은 지난 1월 블로그 글에서 정부 조직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이같은 일이 완수되면 1년 안에 자신이 덜 중요해지면서 충분히 필요 없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커밍스 보좌관의 사퇴는 최근 총리실 안팎에서 불거진 권력 다툼 혼란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지난 11일 총리 공보 담당자인 리 케인의 사임 소식이 전해졌다.
케인 공보담당자와 커밍스 보좌관은 모두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를 앞두고 탈퇴 캠페인(Leave campaign)을 이끌었다.
존슨 총리는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브렉시트를 이용하고 있다며 탐탁지 않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당 내에서도 이들의 권력이 비대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커져왔다.
케인 공보담당자 역시 커밍스 보좌관과 함께 이날부로 총리실을 완전히 떠났다고 BBC는 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케인 공보담당자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커밍스 보좌관은 자신과 함께 측근들이 모두 관두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존슨 총리가 다른 측근들에게 커밍스 보좌관과 함께 할 것인지를 묻자 이들은 계속 총리실에 남겠다고 답했고, 이로 인해 커밍스 보좌관은 힘을 잃었다는 설명이다.
존슨 총리 지지자들은 총리가 커밍스 보좌관과 그가 이끄는 탈퇴 캠페인 측 인사가 아닌 보수당의 신뢰받는 당원들을 중용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레그래프는 결국 커밍스 보좌관과 그의 측근들이 총리실 권력투쟁에서 패배했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대학 출신의 커밍스 보좌관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탈퇴 진영을 이끌면서 최고의 전략가로 부상했다.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의원이 보수당 대표를 맡았던 때 그의 밑에서 일했고, 현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교육부 장관일 때 보좌관 역할을 맡았다.
존슨 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커밍스 보좌관을 총리실로 불렀고, 이후 그는 브렉시트 전략을 진두지휘하면서 정부 실세로 떠올랐다.
특히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라는 슬로건 하에 치른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 존슨 총리의 자리가 공고해지면서 총리의 신임을 받아 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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