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고위 관계자 "한국, 스트라이크 존 들어온 느낌 안 들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한일 양국간 현안인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가 최근 활발해진 가운데 한국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일본 정부가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일행이 전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예방한 사실을 전하면서 "이런 상태라면 (일본 정부가) '일중한'(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징용 소송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해법을 먼저 내놓지 않을 경우 한국이 의장국을 맡아 연내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김 의원은 전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 남관표 주일대사와 함께 스가 총리를 예방했다.
김 의원은 스가 총리와 면담 뒤 취재진에게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양국의 교류 협력을 한일의원연맹이 중심이 돼 열심히 해서, 양국 지도자들이 어려운 한일 현안을 타결해 나가는 여건과 환경을 만드는 데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스가 총리에게) 했다"면서 스가 총리가 고맙다는 뜻을 표명하고서 '그렇게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징용공 문제 등으로 일한(한일)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한국 측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김 의원 일행에게 요청했다.
'한국이 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스가 총리 언급은 그간 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반복해온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이후 잇따라 확정된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배치돼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일본제철 등의 한국 내 압류자산 현금화 절차를 한국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압류자산 현금화가 이뤄져 일본 기업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하는 삼권분립 원칙하에 양국이 모두 만족할 해법을 찾기 위해 소통을 계속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으라고 한국 정부를 계속 압박하면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가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에 맞춰 한일 정상회담을 열어 징용 소송 문제와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일괄적으로 해결하는 공동선언을 내놓고 싶어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간부는 김 의원 일행과 스가 총리 간의 회담에서 한국 측으로부터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우리로서는 제로(0) 답변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한국 측이 내놓지 않아 일본 정부 입장에선 스가 총리의 방한 등에 관해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또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박지원 국정원장 등 최근 잇따라 방일한 한국 요인들이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느낌이 안 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고 요미우리는 일본 정부 내 분위기를 알렸다.
요미우리는 스가 총리가 전날 김 의원의 방한 요청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이런 상태로는 한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 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국 측이 압류 자산의 현금화를 단행하면 일본 정부는 강력한 대응 조치를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양국 관계 악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외무성 간부의 말을 덧붙였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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