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신라시대 고분에서 주로 출토되는 비단벌레 장식의 마구(馬具)가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오카(福岡)현 고가(古賀)시 교육위원회는 13일 서기 6세기 말~7세기 초 조성된 후나바루(船原) 고분에서 2013년 출토한 살구잎 모양의 '교요'(杏葉· 가슴이나 볼기 부위를 장식하는 마구)에서 비단벌레 날개 무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후나바루 고분의 토갱(土坑)에서 무기, 농기구 등과 함께 출토된 이 마구는 부식이 진행됐지만, 흙과 녹을 제거하니 비단벌레 특유의 선과 점 등이 드러났다고 한다.
교육위 측은 고대 비단벌레 장식의 마구는 지금까지 서기 5세기 신라의 왕릉급 고분 등에서만 발굴됐다며 일본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일본에서 마구가 아닌 유물로는 나라(奈良)현 호류지(法隆寺) 등 4곳에서 비단벌레 장식품이 발견됐다.
이 중 호류지에서 나온 '다마무시즈시'(玉蟲廚子·문짝 달린 궤)와 후쿠오카현 오키노시마(沖ノ島)에서 발견된 '금동제대금구'(金銅製?金具)는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2018년까지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 비단벌레 장식 유물은 20여 건으로, 제작 시기는 5∼6세기로 추정되고 대부분은 마구다.
딱정벌레목 비단벌렛과에 속하는 곤충인 비단벌레는 동아시아의 따뜻한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데, 날개 빛깔이 아름다워 신라시대 투조(透彫·금속판 일부를 도려내는 것) 장식품에 주로 사용됐다.
일본 학자들은 후나바루 고분에서 나온 비단벌레 장식의 마구가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뒤 유입됐거나 신라의 영향을 받아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신라시대 왕릉과 후나바루 고분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국보급 가치가 있는 유물로 평가하고 있다.
발굴조사를 이끈 고가시 교육위의 이마즈 세쓰오(今津節生) 조사지도위원장(나라대 교수)은 일본에서 처음 확인된 비단벌레 장식 마구는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하카타(博多)만 주변에서 중요한 외교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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