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서명] 전 세계 30% 아우르는 '메가 FTA' 출범…신남방정책 탄력

입력 2020-11-15 14:30   수정 2020-11-15 16:41

[RCEP서명] 전 세계 30% 아우르는 '메가 FTA' 출범…신남방정책 탄력
아세안 시장 추가 개방·원산지 통일 규범 마련
일본과 FTA 체결 효과…인도는 빠져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한중일을 포함해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15일 최종 서명됨에 따라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 출범했다.
최근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 여파로 세계 경제와 교역이 위축되고,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출범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시장 다변화를 통해 '경제영토'가 넓어지고, 아세안과 협력 강화로 신남방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본과도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만, 거대 시장인 인도가 대중 무역적자 확대 등을 이유로 최종 서명에서 빠진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아세안 시장, 상품·서비스 등 추가 개방
15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및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RCEP 15개국 인구는 22억6천만 명으로 전 세계 30%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6조3천억 달러, 무역 규모는 5조4천억 달러로 이 역시 전 세계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보다 규모가 크다.
세계 최대의 메가 FTA의 출범으로 자유주의가 확산하고,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체제 약화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 시장 확대와 교역 구조 다변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 RCEP 수출액은 2천69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RCEP에서 아세안 10개국은 우리에게 상품 시장을 추가 개방했다. 2007년 발효된 한·아세안 FTA 관세 철폐율(79.1∼89.4%)보다 품목별 관세를 추가로 없애 관세 철폐율을 국가별로 91.9∼94.5%까지 끌어올렸다.
자동차·부품, 철강 등 우리 핵심 품목뿐만 아니라 섬유, 기계 부품 등 중소기업 품목, 의료위생용품 등 포스트 코로나 유망 품목도 추가 시장 개방을 확보했다.
게임·영화 등 서비스 시장도 개방해 아세안 국가와 교류·협력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RCEP 참여국 15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와 이미 개별 FTA를 체결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기존에 이미 체결된 낮은 수준의 FTA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FTA와 RCEP는 양립이 가능해 품목이 중복될 경우 우리 기업은 수출할 때 유리한 쪽의 관세율을 받아 수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 원산지 통일 규범 마련…기업 편의성 향상
RCEP는 역내 국가 간 통일된 원산지 기준을 적용해 양자 FTA 체결 때 발생하는 이른바 '스파게티 볼' 효과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스파게티 볼 효과는 접시 안에서 얽히고설킨 스파게티 가닥처럼 나라마다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 절차 등으로 기업이 FTA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예컨대 기존에는 중국, 아세안, 호주에 세탁기를 수출하려면 원산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RCEP로 하나로 통일돼 우리 기업의 편의성도 높아졌다.
또한 RCEP 참여국 전역에서 재료를 조달·가공하더라도 원산지 누적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제까지는 만약 한국이 중국에서 재료를 수입해 호주로 수출하면 한국 물량만 원산지로 인정했지만, 앞으로 중국 물량도 원산지 누적으로 인정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업으로서는 수익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지적권 챕터도 개선해 한류 콘텐츠가 확산 중인 RCEP 역내에서 우리 지재권 보호할 수 있는 기반도 만들었다.

◇ 일본과 FTA 체결 효과…인도는 빠져
RCEP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세계 5위 경제 대국과 모두 FTA를 체결하게 된다. 브라질을 제외하면 10위 경제 대국과도 모두 FTA를 보유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일본에 대한 우리 산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자동차, 기계 등 민감 품목은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개방하더라도 10∼20년 장기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일본과 처음으로 FTA 네트워킹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RCEP는 나중에 한일 FTA, 한중일 FTA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최종 서명에서 끝내 빠졌다. 수년간 중국과의 무역에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 온 인도는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을 우려한다. 그래도 각국 참여국 정상들은 인도가 RCEP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협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서명 이후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 절차를 진행한다. RCEP가 발효되려면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국내 비준 뒤 사무국에 비준서를 기탁하면 60일 뒤 발효된다. 정부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RCEP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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