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채소 대외 의존도 줄이려 '동토'에서 온실재배

입력 2020-11-28 08:08  

[에따블라디] 채소 대외 의존도 줄이려 '동토'에서 온실재배
코로나19 물류 공급에 영향 시장 불안에 자체 수급률 높이자 주장 나와
엄청난 천연가스 자원 바탕으로 지원한다지만…제약 많아 현실화 의문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감귤이 없는 새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러시아 극동 연해주에 불어닥칠 수 있는 겨울철 채소·과일 공급 부족 사태를 우려하며 현지 언론인 '프리마미디어'가 이달 초 보도한 온라인 기사의 제목이다.
현지 유통점 관계자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연해주 지방정부 관계자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지역의 채소·과일 시장에 물량 부족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지에서는 채소·과일 공급 부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세계적인 농업 대국으로 알려진 러시아에서 어쩌다가 채소·과일 부족 사태가 일어나게 된 것일까.
값싼 중국산 농산물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신선 채소 자급률이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취약한 러시아 연해주의 상황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대로 드러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국경에서의 인적·물적 교류를 부분적으로 제한한 바 있다.
이후 갑자기 러시아 극동의 채소·과일 시장은 요동을 쳤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오이와 토마토 가격이 1㎏당 무려 500∼600루블(7천∼8천원)을 넘어가자 지역 소비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국경 폐쇄로 저렴한 중국산 채소·과일을 실은 트럭이 러시아 극동으로 넘어오지 못한 탓이었다.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자 연해주 지방정부는 2월 초부터 러시아로 넘어오는 중국 화물차의 통행을 허가했다.
물류 길은 열렸지만, 바이러스 검역이 철저해지면서 최근까지 여전히 화물차 통과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 수백 대에 달하던 화물차 통과 대수는 하루 40대 이하로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연해주 지방정부는 신선 채소 공급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러시아는 문제를 해결할 타개책 가운데 하나로 온실 재배를 선택한 것 같다.
온실 재배 산업을 더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지난 9일 자국 극동에 채소 온실 단지를 건설하거나 온실을 현대화하는 기업들에 투자 비용의 20%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연해주 지방정부도 온실 재배 확대를 위한 보조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온실 재배에 들어가는 막대한 난방비용인데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연해주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주는 가스관 등 시설이 제대로 깔려있지 않아 실질적으로 대규모 온실 재배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연해주 최대 온실을 보유했던 한 기업은 막대한 난방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절차를 밟았다가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회생하기도 했다.
우상민 코트라(KOTRA)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 차장은 "연해주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열에너지를 얻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 지역이 충분한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으려면 5년 이상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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