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2형(성인) 당뇨병 치료제인 엠파클리플로진(empagliflozin)이 당뇨병 환자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심부전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부전은 심장의 좌심방에서 혈액을 받아 이를 전신에 펌프질해 내보내는 좌심실 기능에 이상이 생겨 체내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 대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질환이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죽상경화성 혈전 연구실(Atherothrombosis Research Unit)의 후안 바디몬 교수 연구팀이 만성 심부전 환자 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14일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좌심실 박출률(수축기능: ejection fraction)이 떨어진 만성 심부전 환자들이었다.
좌심실 박출률이란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심장의 좌심실에서 박출되는 혈액의 비율로 심장이 혈액을 온 몸에 얼마나 잘 공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정상적인 좌심실 박출량은 55~60%.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엔 엠파클리플로진을, 다른 그룹엔 위약(placebo)을 6개월 투여했다.
이와 함께 심장 MRI, 운동 부하 심폐기능 검사(Cardiopulmonary exercise tests), 6분 보행 검사(six minute walk test)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심장 기능을 평가했다.
6개월 후 엠파클리플로진 그룹은 좌심실 박출률이 16.6% 개선됐다. 심장이 혈액을 펌프질해 내보내는 힘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체내 조직에 혈액이 고이는 울혈(congestion)과 체액저류(fluid accumulation)도 완화됐다.
심장벽 두께도 줄어들었다. 이는 좌심실의 혈액 펌프질이 전보다 쉬워졌다는 의미다.
엠파클리플로진 그룹은 운동 기능도 약 10% 개선됐다. 10%면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차이다. 따라서 입원 치료 위험이 줄어들고 삶의 질도 한결 좋아졌다.
이에 비해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은 상황이 전과 같거나 더 나빠졌다. 좌심실 박출률은 계속 줄어들었고 심장은 더 두꺼워지고 비대해 지면서 비정상적인 둥근 모양이 되어갔다.
엠파클리플로진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약인데도 저혈당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엠파클리플로진이 당뇨병이 있든 없든 심부전 치료 효능이 있는 안전한 약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엠파클리플로진은 신세대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sodium-glucose cotransporter-2) 억제제로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떨어뜨린다.
SGLT-2억제제 계열의 당뇨약에는 엠파클리플로진 외에도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이 있다.
심부전의 유형에는 좌심실 박출률이 40% 이하로 줄어드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좌심실 박출률이 40~49%인 경계형 박출률 심부전이 있다.
좌심실 박출률이 50% 이상 보존되지만 수축 후에 정상적으로 이완되지 않아 혈액을 채우는 능력이 저하되는 박출률 보전 심부전도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병학회 저널(Journal of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s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