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재매각에 놀란 듯…인수포기 책임론 불거질수도
금호·아시아나 제기한 2천500억원 계약금 소송에 법적 대응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두달 전 인수 포기로 떠나보낸 아시아나항공[020560]이 대한항공[003490]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는 소식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HDC현산이 예상보다 빠른 아시아나 재매각 소식에 적잖이 놀랐으며 앞으로 인수 과정은 물론 향후 아시아나의 성공과 실패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HDC현산은 당장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002990]이 제기한 2천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몰취 소송에 대응해야 한다.
16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통합하기로 했다는 발표 이후에도 HDC현산 관계자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HDC현산 입장에서 이번 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할 말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자기가 인수를 추진했다가 포기한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성공의 길을 갈지, 실패의 길을 갈지는 현산 입장에서는 계속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산은 작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보통주식(신주) 2조1천77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3천228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M&A)하기로 했다.
이때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각각 2천177억과 323억원 등 총 2천500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일각에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HDC현산은 국내·외에서 기업결합승인 절차를 밟고, 아시아나항공에 실사단을 파견해 기업 상황을 점검하는 등 인수작업에 속도를 냈다.
그러나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도 어려워지자 HDC현산은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섰다.
금호·아시아나와 산은 등의 거듭된 인수 요구에도 HDC현산이 인수를 마무리 짓지 않자 9월 '노딜'(인수 무산)로 1년 가까운 인수전에 마침표가 찍혔다.
재계에서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로 암울한 경제 환경에서 새 주인을 찾기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국적 제1 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인수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은 나름대로 손익분석을 통해 아시아나 인수를 접었겠지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한 뒤 아시아나의 실적이 개선되고 이익이 증가한다면 인수 포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안팎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HDC현산이 인수 포기로 정부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물론 추후 아시아나의 성공에 따라서는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논란도 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당장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제기한 2천500억원 규모의 계약금 소송에 집중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은 이달 5일 HDC현산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계약금 몰취 소송을 냈다.
질권(담보) 설정으로 묶여있는 계약금 2천500억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질권을 해지해달라는 것으로, HDC현산이 패소하면 계약금을 모두 떼인다.
HDC현산은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있다며 계약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HDC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었고, HDC현산의 인수 의지가 없어 인수 계약을 해제한 것이라며 계약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8월 기자간담회에서 계약 무산 가능성과 관련해 "저는 금호와 산은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금호·아시아나 편을 든 바 있다.
HDC현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제기한 질권소멸통지 등 청구 소송의 소장을 송달받았다"며 "이에 대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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