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금지' 니켈 싣고 출항했다 징역 1년…"가석방 지체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서 아홉 달 넘게 수감생활 중인 팬오션의 한국인 선장 박모(55)씨가 옥중 편지로 가석방 절차가 조속히 진행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16일 연합뉴스 특파원은 벌크화물선 팬베고니아(PAN BEGONIA)호의 박 선장이 인도네시아 까리문 교도소에서 지인들에게 발송한 서신 여러 통을 전달받았다.
올해 2월 14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박 선장은 7월에 징역 1년이 확정된 뒤 독립기념일(8월 17일)을 맞아 1개월 감형을 받고 가석방을 기다리고 있다.
박 선장은 이달 12일 발송한 편지에 "새벽 4시 반이면 독실한 무슬림의 기도 준비로 믿을 수 없는 소음이 발생한다. 귀를 막아보지만 소용이 없다"며 "한번은 기도 시간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싸늘해졌고,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깨달았다"고 적었다.
이어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한국말을 잊어버릴까 하는 염려와 워낙 말을 못 해서 생긴 증상이니 이해 바란다"고 현재 심정을 전했다.
그는 자신이 있는 곳을 '무덥고 불결한 적도지방 교도소'라고 표현했다.
팬베고니아호는 작년 10월 말 용선계약에 따라 술라웨시섬 포말라항에서 니켈을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니켈 광산들이 출항 직전 갑자기 니켈 원광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발이 묶였다.
중국의 니켈 구매자와 인도네시아 공급자 간 이해 충돌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고, 팬베고니아호는 올해 2월 니켈 원광을 실은 채 싱가포르로 출항했다가 붙잡혔다.
팬오션 측은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했기에, 이를 어기지 않고자 싱가포르에 가서 저유황 연료를 싣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려 했다고 주장했다.
박 선장은 회사의 지시에 따랐음에도 홀로 수형 생활을 하는 점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이달 14일 발송한 편지에 "이 사태를 겪으면서 나의 감성은 무시당하다 못해 철저히 소외된 것 같다", 15일 편지에는 "통신이 활발하지 않던 시대에는 특별한 경우 선장이 목적지를 정할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었다.
현재 박 선장이 바라는 점은 하루라도 빨리 가석방되는 것이다.
그는 "징역 1년 형의 경우 9개월 복역 후 가석방이 가능해 조기 출소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며 "감형 1개월을 포함해 10월 10일 자로 가석방이 가능해졌음에도 같은 달 22일에서야 가석방 서류가 접수됐고 이후 절차가 지체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일반적인 인도네시아 수형자는 가석방 절차를 본인 또는 가족이 직접 한다고 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데 나는 변호사 조력을 받음에도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며 "외국인이라서 상당한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도움을 청했다.
박 선장이 가석방 되려면 형기가 끝날 때까지 인도네시아에 머무를 주소지가 명확하고, 신원 보증을 토대로 비자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가석방이 늦어진다는 분석도 현지에서 나온다.
한국 대사관은 10월 10일 이전에 미리 "가석방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까리문 교도소 등에 공문을 보냈고, 현재 이민청과 접촉 중이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최근 4천∼5천명을 오가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무인권부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전국 교도소에서 형량의 3분의 2를 복역한 수용자 5만 명을 순차 가석방하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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