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1년 앞둬…필리스나 메츠 합류 가능성 제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 프로야구(MLB)의 '저주 해결사'로 불리는 테오 엡스타인(46) 시카고 컵스 사장이 계약 만료를 1년 앞두고 전격 해임됐다.
컵스 구단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지난 9년간 구단을 이끌어온 엡스타인 사장이 오는 20일부로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신임 사장직은 제드 호이어(46) 단장이 승계한다. 호이어는 엡스타인 사장이 보스턴 레스삭스 단장일 당시 부단장으로 일했으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단장을 거쳐 엡스타인이 컵스 사장에 취임한 2011년부터 컵스 단장 겸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엡스타인은 지난달 열린 2020 시즌 결산 회견에서 컵스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내년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날 계획임을 시사한 바 있다. 결정이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셈이다.
엡스타인은 레드삭스와 컵스, 두 MLB 명문 구단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막았던 악운의 상징 '밤비노의 저주'와 '염소의 저주'를 푼 '저주 해결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1년 10월 컵스와 5년 1천850만 달러(약 216억 원)에 계약을 맺고 사장에 취임했으며, 2016년 컵스가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 목표를 성취한 후 5년 5천만 달러(약 580억 원)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엡스타인의 향후 행보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또는 뉴욕 메츠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측근은 이를 부인했다.
탐 리케츠 컵스 구단주는 "엡스타인과 나는 약 2년 전부터 이 같은 변화에 대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나눠왔다"며 이번 결정이 구단과 엡스타인 개인 모두에게 의미있는 전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케츠 구단주는 "엡스타인의 리더십 아래서 컵스는 108년 만의 우승 숙원을 이뤘다. 그가 우리 팀과 시카고 시에 안겨준 모든 것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모로 시기적절한 변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호이어가 엡스타인을 승계한다는 점이고, 엡스타인도 이를 기뻐하고 있다"면서 "지난 9년간 엡스타인과 함께 컵스 구단을 꾸려온 호이어가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관점으로 성공적인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엡스타인은 "컵스 구단의 일부로 함께 한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이라며 "힘든 결정이었지만, 옳은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 구단 측과 스태프, 그리고 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이어 신임 사장은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면서 "컵스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새로운 성공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햄프셔주 플리머스 출신 호이어는 웨슬리안 대학에서 투수 겸 유격수로 활동하고 대학팀 코치, 입학사무처 등에서 일하다 MLB 운영진에 합류했다.
MLB닷컴은 컵스가 엡스타인 취임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리빌딩 시즌을 갖고 2015년부터 정규시즌 505승을 기록했으며, 이 기록은 MLB 양대 리그에서 LA다저스(528승), 휴스턴 애스트로스(510승)에 이은 3번째라고 전했다.
컵스는 지난 6시즌 동안 5차례 이상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단 4개의 구단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컵스는 올 시즌 전적 34승 26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와일드카드 라운드에서 플로리다 말린스에 패하며 탈락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